돌아봐도 소용없어
글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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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몰고 온 폭우가 쏟아지던 날. 은호는 옛 연인의 부고를 들은 유준을 위로하기 위해 어두운 별채로 찾아간다. 슬픔을 서로의 체온으로 위로한 밤. 그날 이후 은호는 오랜 시간 짝사랑한 유준의 연인이 되었다. 늘 변함없이 따뜻하지만, 단 한 번도 뜨거워지지 않는 유준의 곁에서 언젠가는 그의 진심을 알게 될 거란 희망을 안고 지낸 지 4년. 어느 날 찾아온 새 생명과 눈앞에 다가온 결혼식을 앞두고 행복한 나날을 꿈꾸던 무렵이었다. 유준이 절박하게 필요했던 시간, 은호는 연락이 닿지 않았던 유준이 죽은 옛 연인 재희의 봉안당에 가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사람마다 가진 열정의 양은 다 다르겠지. 오빤 그 열정의 총량을 이미 다 소진해 버린 사람 같았어. 그래서 절대 날 향해 열렬히 달아오르지 않아. 그게 날 비참하게 했어.” 마지막으로 버티던 무언가가 무너져 버린 순간, 은호는 유준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어차피 은호만 손을 놓으면 끝나는 관계라 여겼다. 하지만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은호 앞에 유준이 나타난다. “변명이라도 해 보고 싶었어. 내 감정, 내 마음의 깊이를 내가 몰랐다고 해서. 또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서 진심이 없는 건 아니더라. 그걸 절절히 깨달았어.” “보이지 않는 진심.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막연한 감정에 매달려 일희일비하는 거, 이젠 지긋지긋해.” 확신할 수 없는 진심에 매달리고 싶지 않던 은호는 절박한 유준의 눈빛을 애써 외면해 보려 하지만. “그래, 이해해. 이제 와서 네게 날 용서하라고 강요하는 거 아니야. 이젠 내 안에 뭐가 있는지 분명히 알았고, 그거 다 표현하려고.” 그의 달라진 눈빛,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의 눈동자가 은호를 자꾸 흔든다. 표지 일러스트: 아영 타이틀 디자인: 예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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