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충동
글은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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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하룻밤 정도야. 오늘처럼 거지 같은 날. 세상을 발아래 둔 남자와 키스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결혼을 약속한 남자는 바람을 피우고, 오늘 처음 본 남자는 잡아먹을 듯이 달려든다. 소독내 나는 의사에게 천하의 하태건이라니. 금 간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데 이것만큼 효과적인 게 있을까. “집중 안 합니까.” 얼굴 위로 입술이 겹쳐졌다. 도발하고, 도발당하고. 그런데 하룻밤이 하룻밤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연락하면 받아요. 피하지 말고.” “피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해 봐요. 어떻게 되나 나도 궁금하네.” ** 그가 맛보기처럼 보여 준 힘과 권력이 지나치게 달콤하긴 했다. 하지만 제 것이 될 리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사는 세상이 달랐다. “백이면 백 그렇게 장담하다가 내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리던데, 그쪽은 부디 그런 일 없길 바랍니다.” “네, 그럴 일 없어요.” “그래야죠. 만약 그쪽이 먼저 날 찾을 때는 안길 각오쯤은 하고 오는 편이 좋을 겁니다.”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듯 웃음기 하나 없는 음성은 가차 없었다. “몇 번을 말씀드릴까요. 그럴 일……!” “잘 새겨들어요. 나중에 가서 딴소리하지 말고.” 차갑게 일갈한 그는 여희를 수 초간 바라본 뒤 싸늘하게 돌아섰다. 달칵. 병실을 빠져나가는 완고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희는 비로소 남자와의 싸움 아닌 싸움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시 볼일도 없을뿐더러 우연히 마주치게 되더라도 조용히 피해 갈 것이다. 전력을 다한 여희는 침대에 걸터앉아 문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뇌리에 잔상처럼 남은 하태건의 모습이 쉽게 잊힐지는 미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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