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 부부
글초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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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혜인은 차지헌의 치료제였다. 뒤엎으려고 나간 맞선에서 설혜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헌은 알았다. 지독한 불면증의 치료제였던 심야 라디오 방송 DJ 음성의 주인이 바로 그녀임을. “합시다, 결혼.” 그것을 안 순간, 지헌은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 “단 각방은 안 됩니다. ……책을 읽어줘요. 내 곁에서.” 그렇게 기묘한 신혼 생활이 펼쳐지고. 수면의 질이 높아지니 다른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작은 입술, 짙은 속눈썹 그림자에 드리운 연갈색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숨소리. 행동은 지극히 건전하지만, 머릿속은 불건전한 밤이 이어졌다. “진짜 부부다운 짓, 해볼 생각 없어요?” 지헌은 고삐가 풀리고 말았다. 행복했다.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혜인의 난잡한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진 그랬다. *** 남편, 차지헌을 살리기 위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년이 되어야 했다. “이제 그만 날 버려, 차지헌 씨.” 배 속에 그의 아이를 품은 줄도 모르고 달아나야 했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짓밟는 일이라 해도. 그래서 내 마음이 넝마가 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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