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재능 없는 음대생 장연수. 다 포기하려던 찰나 조선의 음악 천재로 눈 떴다. 하지만 이번엔 신분이 문제다. 노비. 기생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남장을 하고 살아온, 그마저도 꿈을 펼칠 수 없어 죽으려던 한겨울 벼랑 끝 악공의 몸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네 음악을 사랑한다.” 고백 같은 말을 힘겹게 내뱉는 남자를 만났다. “사람이 아름다울 때는 그자가 사랑하는 생을 마음껏 살 때라는 것을 알았고, 나도 생에 처음으로 흠뻑 아름다워 보고자 한다.” 연수는 숨죽여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릿해진 목구멍으로 쏟아지는 눈물을 삼켰다.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하나는 분명해졌다. 오늘은 반드시 그를 떠나야만 했다. 미래에서 왔는데 연수는 이헌과 장선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에 대해서는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었다. “주무세요. 주무셔야 통증도 좀 잊히죠.” “잠시만 이리 있고 싶을 뿐이다.” 남자는 아니라면서도 눈을 감았다. “……제발 더는 저를 구하지 마세요.” 연수는 돌아섰다. 장악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장선에게 빌린 삶을 잘 돌려주고 떠나기 위해. 그리고 남자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신분은 미천하나 자신의 재능을 귀히 여기려 했던 한 여자와, 그녀의 세상을 목숨 걸고 지켜 주고자 했던 귀한 남자의 이야기. 조선의 국립 오케스트라 장악원에서 숨죽여 살다 간 악공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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