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샌드위치에 포트 와인을!
작가모모ri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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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 현대물, 대학생, 학원/캠퍼스물, 배틀연애, 미인공, 인싸공, 다정공, 헌신공, 능글공, 후회공, 사랑꾼공, 짝사랑공, 상처공, 절륜공, 너드수, 까칠수, 또라이수, 츤데레수, 단정수, 짝사랑수, 상처수, 후회수, 오해/착각, 외국인, 삽질물, 일상물, 첫사랑, 성장물, 3인칭시점 공부밖에 모르는 학구파 유학생 이시윤. 그의 인생은 전공 수업에서 같은 팀원이 된 다니엘 베른하르트 때문에 전환점을 맞이한다. 바로 끈질긴 추근거림 때문에! “날씨도 좋잖아, 시윤. 조금만 걷자.” 집에 가려고 했더니 산책을 가자고 하질 않나, “초코랑 바닐라 반반, 아니면 딸기랑 반반? 어느 게 나아?” 억지로 아이스크림을 쥐여 주질 않나, “주말에 축구 싫으면 다른 데 갈래?” 자꾸…… 데이트 신청을 하질 않나. 그런 다니엘이 부담스러웠던 시윤은 급기야 그의 연락처를 차단하기에 이르지만……. “안 간다고. 너랑은 아무것도 안 한다고.” “너 참…….” 다니엘이 피식 웃었다. “진짜 귀엽다.” 그는 예상보다 더 미친놈에다가 끈질겼다. ▶잠깐 맛보기 “다니엘.” “응.” “지금 7시 반이야. 30분이 흘렀어. 그 시간이면 나는 글의 밀도에 따라 논문 한 편에서 두 편, 책으로 치면 소챕터 한둘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어.” 논문 세 편이 그의 저녁 시간에서 떠나갔다. 차곡차곡 정리해 둔 생의 시간표 한 부분이 돌이킬 수 없이 어긋나 버린 느낌이었다. 시윤은 한동안 숨만 몰아쉬다가 마저 토해 냈다. “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나한테 이건 인생을 도둑질해 가는 짓이야. 다시는 하지 마.” “무슨 논문을 읽으려고 했는데?” “뭐?” “세 편이라면서. 미리 정해 뒀나 보네. 뭐랑 뭐였어?” “라이너 레쉬케 ‘매체 혁명의 고유한 의미’, 동저자, ‘학계에서의 비유 활용에 대하여’, 그리고 라투르의 ‘사물들의 의회’ 한 챕터.” 다니엘이 속눈썹을 화사하게 닫아걸며 웃었다. 수은 가로등 아래에서 금발이 은백색을 띠고 반들거렸다. “취향이 굉장히 확실하구나, 시윤. 그럼 아까 곡들은 어느 게 제일 좋았어? 순서대로 줄 세워 봐. 어느 게 제일 좋았고, 이유는 뭐야?” 시윤은 확 짜증이 났다. 가슴속에서 붉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던 걸 억누르기가 어려워져서 시윤은 결국 못 참고 속사포처럼 뱉어 냈다. 다 싫었고, 지독하게 싫었으며, 지지리 싫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끔찍한 소음이었다. 다른 건 아무것도 못 느꼈다고. “그렇구나. 논문으로 치면 처음부터 아예 안 골랐을 장르라는 건가. 알았어. 일단 숙지해 둘게. 그럼 우리 발제팀 셋은 어떤 사람들 같아?” 시윤은 찡그린 채 고개를 숙였다. “……아직 몰라.” “와, 커피랑은 다르네.” 다니엘이 반색하며 말했다.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구나. 그럼 개중 누가 제일 궁금해? 일단 줄을 세워 보자. 지금까지 느낌만으로 보면 셋 중에 누가 제일 맘에 들어? 나는 어때?” “야.” 빌어먹을.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시윤은 눈을 감았다. 귓가로 웃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넌 똑똑한 척하지만 참 멍청해, 시윤.” “무슨 개소리야.” “자기 마음도 몰라서 남이 정답을 알려 줘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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