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이르시되
작가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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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물, 동양풍(1부), 현대물(2부), 신분차이, 미인공, 다정공, 헌신공, 도련님공, 능글공, 존댓말공, 미인수, 순진수, 소심수, 헌신수, 순정수, 얼빠수, 노비수, 재회, 구원, 전생/환생, 인외존재] 별채에 머무르게 된 소년에게 주어진 일은 단순했다. ‘작은 도련님을 보필하고 별채를 잘 돌볼 것.’ 범처럼 사나운 눈깔을 하고 사지에 팔다리 대신 뱀을 달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작은 도련님 이문을 소년은 성심성의껏 모신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밤나무 숲에 발을 들이게 된 소년은 그곳에서 낯선 이와 조우하게 되는데. “어, 어디서 오신 뉘십니까?” 어둠 속에서도 빛이 환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보기 드문 미인이다. 머리에 쓴 갓부터 발을 덮은 신까지 선비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흑黑과 백白이었으나, 단 하나, 매끄러운 입술만큼은 피지도 않은 동백을 찧어 바른 양 붉어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다. 소년은 문득 그가 선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정말로 꼬리 아홉 달린 여우던가. “혹 대, 대감마님이나 큰 도련님을 만나러 오신 겁니까? 그렇다면 이곳이 아니라…….” “괴물 도령!” “괴물 도령……이요?” “부윤 대감 댁 차자 말입니다. 미인께서는 도령의 행방을 아시는지?” 다리 아래 달린 두 발 대신 사람들의 촉새 같은 입을 타고 움직이는 괴물 도령. 아이들도 모자라 알 만한 어른에게조차 노리개 취급을 당하는 얼굴 모를 상전. 도대체 작은 도련님이 무엇을 잘못하여 이런 무뢰한에게까지 대놓고 멸시받아야 한단 말인가? “처음 보는 얼굴이 있어 농지거리를 한다는 게 도를 지나치고야 말았습니다. 진심을 다해 사죄드리니 부디 노여움을 푸세요.” 작은 도련님의 오랜 친우라며 근처에 들를 일이 생겨 겸사겸사 얼굴을 보러왔다는 그. 이후 그와 알 수 없는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 “소교. 어떠십니까?” 종이를 받지 못하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각하셨는지 대뜸 어르신다. “내내 미인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소년의 손을 끌어와 손수 쥐여 준다. 정작 받아 든 이는 종이가 상할까 힘도 주지 못하고 있는데 선비님께서는 참으로 거침이 없으시다. 종이 구겨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글자의 뜻은 무엇이고, 이 글자는 안쪽에 어떤 글자를 품고 있고, 하며 재재대시지마는 책 한 번 펼쳐 보지 못한 소년은 선비님 말씀을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다. 다만 그는 제법 복잡하여 그림으로까지 보이는 두 개의 글자에서 오랫동안 눈을 거두지 못했다. 이름. 내도록 불리지 않아 가질 수 없던 것. 소년은 남은 평생 그를 아기야, 불렀던 죽은 노인을 떠올린다. 필요한 순간이 오거든 가질 것이라는 만신의 말씀을. “아니면 계속 그리 불러 드릴까요?” 선비가 심술이 덕지덕지 묻은 소리를 한다. 그 천연덕스러움에 소년은 아픈 것도 잊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2부는 현대 배경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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