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입장
작가홍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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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형…… 선배님. 혹시, 저 모르세요?” “내가? 후배님을요? 글쎄요…….” 어디선가 만났다면 잊어버렸을 리 없는 화려한 외모의 신입생이 자꾸만 윤우의 주변을 맴돈다. 강의실에서도, 알바하는 카페에서도, 학생식당에서도 불쑥불쑥 나타나곤 하는 그 후배에게 얼떨결에 익숙해졌는지, 언젠가부터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러던 어느 날 윤우는 술에 취한 채 그 키 크고 잘생긴 후배의 러트에 휘말리게 되고, 달아오른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마는데…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아니, 불가능하다고.”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떠 버렸다. “내가 어떻게 임신을 해?" 난 베타, 그것도 남자 베타다. [미리보기] 혼자서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던 게 불과 몇 시간 전이다. 그런데 갑자기 연채에게 그동안의 일을 모두 알리고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뭘 어떻게 책임지라고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은윤우 씨.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이십여 분의 기다리는 시간이 어색하게 흘렀다. 슬슬 입안이 마르기 시작할 때쯤 간호사가 드디어 윤우의 이름을 불렀다. 연채와 윤우는 동시에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네.” 윤우는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떨쳐 버리고 일어나 진료실로 향했다. 연채가 그 뒤를 졸졸 따라왔다. 이번에도 지난번 연채와 함께 내과를 찾았을 때처럼 간호사의 검문이 있었다. “보호자이신가요?” 연채가 얌전한 목소리로 네, 대답했다.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미심쩍은 얼굴로 연채와 윤우를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본 간호사가 재차 물었다. 연채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애기 아빠입니다.” “…….” “…….” *본 도서는 연애계약에 대처하는 법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이며, 해당 도서를 읽지 않으셔도 이용에 무리가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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