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하차한 소설 속에서 눈을 떴다. 비쩍 마른 몸에 누더기 같은 환자복. 어두운 감옥과 자신을 가둔 창살. 23살의 평범한 이태화는 소설 속의 동명 인물, 'S급 에스퍼 이태화'로 빙의했다. 10살에 불과했던 어린아이의 몸으로 16년 동안 가혹한 생체 실험과 세뇌를 버텨냈지만 여전히 현실로 돌아가지 못했다. 삶도, 죽음도 선택하지 못해 다만 무너져가던 와중, “앞으로 별다른 일 없으면 식사 같이 하는 걸로 해요.” 눈앞에 나타난 한 사람. “태화 씨가 손 잡아주면 참을게요.” 제멋대로 굴어 자꾸 휩쓸리게 하면서도, “태화 씨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딱 두 걸음만큼의 거리를 둬요.” “그런데 우리는 그보다 더 가까워졌잖아.” 밀어낼 수 없게 만들어 곤란했다. “이 안까지 들어오는 건, 내가 유일한가요?” 사실은 이대로 주저앉게 될 만큼 더 휩쓸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결국은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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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온갖 요괴와 흉수들이 등장하는 동양풍 로판에 빙의했다. 그것도 원작에선 한 줄도 언급되지 않던 대요괴, 구미호로. 요괴가 아닌 수호신으로서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을 도와 원작을 비틀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여우 구슬이 망가져 버리고, 회복할 때까지 무인도에 스스로를 봉인하게 되었다. 다시 깨어나자 몇백 년이 지나 있던 것이야 이미 예상했던 일이니 그렇다 치지만…. “그래서, 은인을 죽게 내버려두려고?” 웬 강도 같은 놈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 대뜸 자신을 살려내라며 뻔뻔한 요구를 할 줄이야. 어처구니없긴 해도 지독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무기의 저주를 달고 있는 것이 불쌍해 공물을 받고 좀 도와주려 했는데, 천계의 셈법이 잘못되어도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오히려 은혜를 갚아야 할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아직 날 못 떠난다는 말이네.” “그건 그런데….” 왜 말린 것 같지? 그리하여 단단히 코가 꿰인 구미호는 오늘도 은혜 갚습니다. ***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재촉하자 준혁은 내가 멀어진 만큼 성큼 걸어와서 아예 벽을 사이에 두고 양팔로 나를 가둬 버렸다. “네가 뭘 어떻게 도와줄 건데? 그게 뭐든, 너 나랑 할 수 있어?” 꼭 맹수에게 잡힌 사냥감 같은 꼴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마음은 점점 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최대한 강하게 말해서 어떻게든 나를 내보내려 하는 것 같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나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탓이다. 물론 좋을 대로 생각하고 싶은 내 착각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와중에도 나를 걱정하는 게 참 준혁다워서 나는 먼저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준혁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게 뭐든 저랑 할 수 있냐고 물었으니 그 답으로 뽀뽀까지 하려 했으나, 칼이라도 맞은 것처럼 놀라며 굳어 버린 준혁의 얼굴을 보니 그 대신 웃음이 새 버렸다. “나 진짜 나가도 후회 안 해?” 그리 묻는 순간, 준혁의 눈빛이 일변했다. 방금 전, 맹수에게 잡힌 사냥감 같은 꼴이라던 생각은 정정해야 했다. 그가 진실로 나를 낚아채려 마음먹은 건 지금이었다. “아니, 넌 이제 못 나가.”
어느날 갑자기 귀와 꼬리가 생겼다. 이거... 어떡하지? *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수인이 실제로 존재한단다. 다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세대를 거쳐 피가 옅어진 탓에 신체적으로 발현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하는데, 내가 그 극히 일부에 속하는 수인일 줄이야. 그것도 사나운 육식과의 흑표범. 수인의 피로 인해 인상은 점점 더 사나워지고, 귀나 꼬리가 튀어나올까 늘상 긴장하고 있는 탓일까. 말도 안되는 헛소문과 함께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왕따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웬 녀석이 전학왔다. 아주 편안하고 기분 좋은 페로몬을 풍기는. “승현아, 소년원 다녀온 적 있어?” “그럼 혹시 조폭이야?” “부모님은 조폭이셔?” 근데 얘... 좀 정신이 이상한 앤가? 이런 질문을 면전에 대놓고... 하지만 결국 친구가 되어 3년 내내 붙어다니는 걸로 모자라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래, 거기까진 좋았는데. “너랑 사귀는 여자는 되게 좋을 것 같아서. 보통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잖아.” “글쎄, 그렇진 않을걸.” “왜?” “이런건 너한테만 하는거니까.” 자꾸만. “맨살같은 거 함부로 보여주면 안되지. 앞으로는 나한테 말해. 내가 봐줄게.” “난 없었으면 좋겠어. 우리 사이에 비밀 같은 거” “아무때나 놀러와. 나 없을 때 놀러와도 돼. 돌아왔는데 집에서 네가 기다리고 있으면 오히려 좋을 것 같아.” 이상한 말을 하며 헷갈리게 한다. *** “승현아, 난 네 생각보다 꽤 오래, 많이 참았어.” 서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승현이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게 되는 건데.” “뭐?” “…참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서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의심하는 기색이었다. “만약 여기서 고백해도 받아 준다고 하면….” 내내 시선을 피하고 있던 승현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혀 들었다. 서훈은 저를 향하는 검은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그땐 어떻게 되는 거냐고.”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서양풍 #빙의물 #로판빙의 #미남공 #원작빌런공 #세계관최강공 #상처공 #능력공 #황자공 #집착공 #수한정다정공 #미남수 #능력수 #공한정다정수 #인외수 #독수리수 #얼빠수 분명 트럭에 치어 죽었는데, 눈을 뜨니 독수리다. 새롭게 시작된 조생에 나름 적응하며 지내던 와중, 숲에서 우연히 원작 속 최종빌런 '테오도르'를 마주쳤다. 행운처럼 얻은 새 삶을 뺏기지 않으려 어떻게든 무시하려 했는데, "와 줘서 고맙구나." 모든 것을 증오하다 못해 세상을 불태울 그는 생각보다 다정했고. "조금 외로웠거든."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를 구하려다 날개에 화살까지 맞게 되고. “나와 함께 가자. 내 이름은 테오도르란다. 내 궁에 가면 네게도 어여쁜 이름을 지어 주마. 그리고 나를 배신하고, 너를 상처 입힌 놈들에게 벌을 주자꾸나. 조금만 참으렴.” 엉겁결에 황궁까지 입성하게 된다. 그런데... “넌 그 예쁜 입으로 언제나 예쁜 말만 하는구나. 네가 사랑스럽지 않을 땐 대체 언제일까." 최종빌런이 자꾸만 내 혼을 쏙 빼놓으려 들어 아주 큰일이었다. *** 원작의 결말에서, 끝끝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그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불태웠다. 하지만, 누군가라도 곁에 있어 준다면. 그게 사람이 아니라 한낱 독수리라 할지라도 조금이나마 마음 붙일 곳이 있다면.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지 앞에 내몰리는 일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최종빌런과의 예상치 못한 동거가 어떻게 될지, 이 이야기가 소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어쩌면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의 곁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세상을 불태울 악역이 아니라,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내내 외로웠던 남자의 곁에.
30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로판 속 남주의 소꿉친구로 환생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병에 걸려 18살의 나이에 단명하는 엑스트라다. 소꿉친구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병약한 여주를 거부하고 밀어내던 남주가 결국 여주와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소설에서 하필 그 '소꿉친구'일 게 뭐란 말인가. 일찍 죽는 것도 서러운데 타인에게 트라우마씩이나 안겨주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환생자의 미덕을 십분발휘하는 수밖에. 플랜A. 남주와 친해지지 않기. "공자, 저와 친구가 되면 반드시 후회하실 겁니다." “절대 후회 안 해.” “…지금 말 놓으셨습니다만.” “친구끼리는 원래 편하게 말하는 거야.” 소심 깜냥이가 씩씩 깜냥이로 진화해 고집을 부린 탓에 장렬히 실패. 플랜B. 남주가 충격받지 않도록 죽기 전 미리 도망치기. 일단 도망은 쳤는데. "좆 됐다. 나 왜 안 죽어…?"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 칼릭스가 풍등을 집어 들었고, 우리는 함께 풍등을 하늘로 날렸다. 단순히 불을 붙여 띄우는 풍등이 아니라 조금 더 돈을 들여 마법이 걸린 것으로 구매했는데, 워낙 간단한 마법이라 아티팩트로 취급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일반 풍등보다 더 오래 날고, 높이 올라갈 터였다. “칼릭스, 내 소원 가르쳐 줄게.” “말하면 효과 떨어진다고 했잖아.” “내 소원은 신보다 네 도움이 더 필요한 거라 괜찮아.” “내 노력? 뭐길래?” 어쩐지 칼릭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음에도, 나는 다시금 칼릭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내가 빈 소원은, 네가 행복해지는 거야.” 내 답을 기다리던 칼릭스가 얼어붙은 채 나를 응시했다. 풍등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바람이 스치며 구름 아래의 그늘이 우리를 몇 번 훑고 지나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 속에 갇힌 양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온전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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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과로사 한 후 악마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칠죄종의 대악마가. 혈통빨도 있겠다 이제 좀 게으르게 살아 보려는데, 인형 같은 아이를 주웠다. “죽고 싶지 않아서 죽이는 게 죄라면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이것도 죄인가요?” 피를 뒤집어쓴 채 아무렇지 않게 묻는 아이를 그냥 지나쳤어야 했을까. “제가 대신 죽여드릴까요? 진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저는 싫어하지 않으니-”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에게 정들어 버린 것부터 잘못이었나? “더는 못 기다리겠습니다.” 풀썩 쓰러진 곳은 노아의 체향이 가득 묻어 있는 침대였다. “노아, 잠깐…!” “그거 압니까, 진? 난 당신 이외에 그 무엇도 사랑한 적 없습니다.” “너, 너 미쳤어? 여기 대신전이야! 천신이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신조차도.” 노아가 생전 처음 보는 낯을 하고서 웃는 순간 불길함이 치밀었다. “그러게 왜 나 같은 새끼를 주웠습니까? 악마면서 인간이 원하는 걸 위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몰랐던 건가요.” 성스러운 갑옷을 입은 기사가 스스럼없이 타락을 입에 담았다. 황급히 뒷걸음질 치자 커다란 손아귀가 어림없다는 듯 발목을 붙잡아 그대로 끌어당겼다.
어느날 갑자기 귀와 꼬리가 생겼다. 이거... 어떡하지? *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수인이 실제로 존재한단다. 다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세대를 거쳐 피가 옅어진 탓에 신체적으로 발현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하는데, 내가 그 극히 일부에 속하는 수인일 줄이야. 그것도 사나운 육식과의 흑표범. 수인의 피로 인해 인상은 점점 더 사나워지고, 귀나 꼬리가 튀어나올까 늘상 긴장하고 있는 탓일까. 말도 안되는 헛소문과 함께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왕따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웬 녀석이 전학왔다. 아주 편안하고 기분 좋은 페로몬을 풍기는. “승현아, 소년원 다녀온 적 있어?” “그럼 혹시 조폭이야?” “부모님은 조폭이셔?” 근데 얘... 좀 정신이 이상한 앤가? 이런 질문을 면전에 대놓고... 하지만 결국 친구가 되어 3년 내내 붙어다니는 걸로 모자라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래, 거기까진 좋았는데. “너랑 사귀는 여자는 되게 좋을 것 같아서. 보통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잖아.” “글쎄, 그렇진 않을걸.” “왜?” “이런건 너한테만 하는거니까.” 자꾸만. “맨살같은 거 함부로 보여주면 안되지. 앞으로는 나한테 말해. 내가 봐줄게.” “난 없었으면 좋겠어. 우리 사이에 비밀 같은 거” “아무때나 놀러와. 나 없을 때 놀러와도 돼. 돌아왔는데 집에서 네가 기다리고 있으면 오히려 좋을 것 같아.” 이상한 말을 하며 헷갈리게 한다. *** “승현아, 난 네 생각보다 꽤 오래, 많이 참았어.” 서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승현이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게 되는 건데.” “뭐?” “…참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서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의심하는 기색이었다. “만약 여기서 고백해도 받아 준다고 하면….” 내내 시선을 피하고 있던 승현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혀 들었다. 서훈은 저를 향하는 검은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그땐 어떻게 되는 거냐고.” “어떻게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