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슬
작가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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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버려.” 은슬이 말했다. “네 손에 의해서는 아니야.” “나쁜 새끼.” “부인할 수는 없는 말이지.” 이젠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그에게 은슬은 깊은……. 슬픔을 느꼈다. “…….” “…….” 잡혀 마주보는 채로 몇 초의 시간이 흘렀다. 흥분했던 숨이 잦아들자, 은슬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알고 싶었다. “결혼 할 거면서…… 왜 끝까지 갔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절대로 울 수 없었다. “…….” 건오는 침묵했다. “사람이…… 어떻게 그래.” 은슬이 재차, 진지하게 물었다. “…….” 건오가 몇 초 동안 말없이 은슬을 응시했다. “충동이고…….” “…….” “실수야.” “……!” 그러고는 엿 같은 말로 회한을 고백했다. “그러니까 의미 같은 건 부여 하지 마.” 차분하게 가르쳐주는 그의 말에 꽉 잡힌 은슬의 손이 떨렸다. -본문 중에서- “이 차는 뭐야…….” “내 차.” “남은 사람은?” “없어.” “우리 둘?” 은슬의 물음에 건오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걸 왜 묻느냐는, 어떤 나약함이 시선이 그녀를 붙들고 바라보는 것 밖에는. “그래…….” 건오가 답했다. “…….” “…….” 은슬이 멍하게 풀린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건오처럼 그녀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째각째깍. 잠시간의 시간이 흘러갔다. 차 문을 열고 먼저 내려버리면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건오였지만, 서로를 응시한 상태로 건오는 움직이지 못했다. 호흡을 삼키는 작은 미동마저 그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 은슬이 먼저 다가갔다. 그녀가 건오의 목 뒤를 잡아 당겼다. 그러나 방법을 잘 모르는 그녀대신 친절하게 고개를 비튼 건 건오였다. 그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입술을 밀어 붙인 것도 건오였다. 붉은 입술이 열렸다. 그녀의 고개가 후욱 젖혀졌다. 건오의 몸이 너무나 컸다. 차 안의 어둠이, 아득한 시선 안으로 쳐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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