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외전포함)
작가붉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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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말하면서 시작된 연애. 회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리조트 프로젝트를 앞두고, 거래는 시작되었다. “사귀어요, 나랑.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만.” 여자가 아닌 후배로만 생각했던 해원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인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예전부터 선배 좋아했어요.” 말간 검은 눈에 담겨있는 진심이 그를 더욱 당황하게 했다. “하자, 연애. 딱 63일만.” 퉁명스레 건네는 인우에 대답에 해원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여자를 사귀는 첫 번째 이유는 원나잇보다 안전한 욕구 충족을 위해서거든.” 저에게 원하는 게 그것뿐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욕망이라도 좋으니 그의 옆에 있고 싶었다. 본문 중에서 물을 잠그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다음 샤워 가운만 입은 채 문을 열고 욕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어디서 찾아냈는지 침대 시트를 갈고 있는 해원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가진 관계로 몸 상태가 엉망일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괜스레 짜증이 나서 굳은 얼굴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뭐하는 거야?” “아, 시트 더러워져서요.” 차분한 얼굴로 답하는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누가 너한테 이런 거 신경 쓰래? 그리고 왜 말 안 했어?” 갑자기 목이 콱 조여 왔다. 명치 어딘가가 아릿했다. 인우가 이마를 찌푸렸다. 여러 가지 감정이 한 번에 뒤엉키고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안전하게 지켜 온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 것 같은 그런 두려움. “처음이란 거 왜 말…….” “신경 쓰지 마요, 선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 말을 끊고 들어오는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에 인우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뭘?” 제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한 말간 눈이 지나치게 덤덤했다. 방금 전 안을 때 봤던 열망이 이 눈동자에선 느껴지지가 않았다. “저 별로 처음이란 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속이 뒤틀리며 짜증이 치솟았다. 차라리 해원이 처음을 책임지라고 말했으면 이보다 나았을 지도 모른다. 비겁한 속내를 들켜 버린 것도 짜증이 나고, 자신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어 보이는 해원의 모습에도 짜증이 났다. “개새끼네, 너한테 나.” 격한 자신의 말투에도 그녀의 눈빛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그저 덤덤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내저을 뿐. “그런 거 아니에요, 선배.” 아니. 차라리 개새끼인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어차피 개새끼니까. 뭔 짓을 해도 상관없겠지. “개새끼 하지, 뭐.” 가녀린 해원의 턱은 한 손에 다 들어왔다. 그녀의 턱을 붙잡은 채,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거칠고 뜨거운 키스가 길게 이어졌다. 타액과 타액이 뒤섞이고, 호흡과 호흡이 뒤엉키는. 오직 욕망만이 가득한 키스를 퍼붓다가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이왕이면 발정난 개새끼.” 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씁쓸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혐오감을 애써 억누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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