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貪)
작가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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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간질간질하네.” 어두운 나무 기둥 뒤에서, 경 대표님의 망나니 같은 아들, 경성재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튀어나왔을 때 말문이 막힌 희주는 기겁했다. 경성재라니. 하필 저 쓰레기 같은 놈에게 이런 상황을 들켰다. 그런 희주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성재는 빙글빙글 웃었고 희주는 조용히 입술을 다문 채 굳었다. 그런 반응은 조금 전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재형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구. 두 분께서 연분이 나셨어요?” 짤막한 욕설을 내뱉은 구제불능 망나니, 경성재가 야비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미리보기] “너 나랑 잘래?” 희주가 툭 말을 뱉어냈다. 순간 왜 그런 말이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왔는지 희주는 자신도 문득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경성재를 흉내 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가 무성의하게 사람을 대하는 방식처럼…… 희주도 경성재를 무성의하게 대하려는 억하심정 같은 거랄까. 그는 가지면. 버리니까. 구질구질하고 쓰디쓴 희망 없는 인생에 반격을 가하고 싶었다. 허. 그녀의 말에 성재가 황당한 웃음을 띠어 보였다. “뭐?” 그러고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되물었다. “자자고.” 성재가 기가 막힌 얼굴로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지만 희주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씨발. 다시금 성재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사람이 너무 황당하면 말문이 막힌다더니 거침없는 그의 입술이 그 순간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이게 미쳤나 싶었다. 그가 한 발 희주에게로 다가갔다. “아까 머리 부딪히더니.” 그러고는 손을 뻗어 희주의 턱을 들어 올렸다. “돌았냐?” 그의 물음에 창백한 희주가 낮은 바람을 흩트리며 웃었다. 성재의 기분이 엿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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