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주의
작가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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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도박 빚 갚는데 인생을 다 쏟던 엄마가 죽었다. 소의에게 남은 건 빚뿐이라 장례가 끝나도 슬픔을 추스를 새 없이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가난한 인생. “조부께서 치사율이 높은 큰 수술을 앞두셨는데 그 앞에서 대충 약혼녀 흉내만 내면 돼요. 그 여자가 딱, 너 닮았거든. 조부께서 시력이 떨어지셔서 이만하면 같다고 여길 거고.” 텅 빈 장례식장에 찾아온 치혁이 약혼녀 흉내를 내달라고 하는데. 약속된 보수는 일당과 아빠와의 인연을 끊어 주는 것. 소의로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게 왜 안 먹었어, 애기야. 어른들 걱정시키면 되겠어?” “예뻐서 어울리는 게 이렇게 많은데, 어떡하겠어.” 치혁은 분명 약혼녀 취급을 해주는 것뿐인데, 그 다정한 언행에 소의는 점점 마음이 간다. 돈을 써 보라고 카드를 주고, 밥을 먹으라고 신경 써 주는 그에게 결국 빠지고 몸을 허락한다. “그래도요. 전 살면서 누구에게도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진 적 없어서….”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도?”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치혁은 제 기만적 다정에도 손쉽게 애정을 틔우는 여자는 얼마나 쉬운지 몰랐다. 그 애정을 볼모 삼은 것처럼 발정만 해소하는 짓거리가 끔찍이도 좋았다. “하아, 나 한 번 쌀 때, 양 많은데.” “얼, 마나, 아, 으흐, 우, 흐응!” “먹어 보면, 알겠지. 싸 줄 테니까, 잘 받아, 먹어요.” 소의는 쉽고 편하고 달았다. 치혁은 처음으로 가져본 욕정은 죄다 소의에게 털어 넣었다. “흐윽, 사, 살살, 해 주세, 요, 응, 아!” “살살해 줘요? 좆을 살살 물어야, 후으, 살살 박아 줄 텐데. 보지를 하아, 너무 잘 조이네.” 사람에게 관심도 없던 그가 살살해 달라고 우는 소의의 낯에 이성이 녹았다. 숫제 짐승처럼 그 여린 몸을 부스러뜨릴 듯 안은 뒤로 일상을 내어 주기 시작하는데. 그 누추한 옥탑방에 드나들며 그렇게나 혼탁하게 일상이 뒤엉키고, 끝내 약혼녀 흉내가 끝날 시점이 다가오자…. “순결, 그거 대단한 거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우리 편하게 만나는 사이라고 하셨으니까…. 이건, 돌려드리려고 가져온 옷이에요.” 치혁이 소의에게 뱉었던 가시 같은 말들은 악의 없이 그를 위로하는 말로 돌아왔다. 그의 눈앞이 새까맣게 달궈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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