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 (CRUSH)
작가이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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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미칠 정도로 그리워하던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시릴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이라도 잘못 깜박이면 사라질까 겁이 났다. 이것은 간절히 바라던 상상을 내 눈이 보여주는 걸까. 아니면 날 시험하는 잔인한 신기루일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이 환상이 목마른 자를 위해 나타난 거라면 자신은 평생 사막을 헤매리라는 것뿐. *** “시릴… 그만.” 그녀가 가늘게 헐떡였다. 시릴은 연약한 피부 위에 입술을 댄 채 낮게 속삭였다. “정말 내가 그만두길 원해요?” 오싹할 만큼 달콤한 목소리였다. “차 안이 안 된다면 보닛 위도 괜찮아요.” 시릴은 옆에 있는 부가티 쪽으로 이진을 밀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철판이 다리에 닿았다. “트랙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아나요?” 시릴이 그녀를 덮치듯 보닛 위로 양팔을 짚었다. 이진은 그의 팔 안에 갇혔다. 단단한 허벅지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고 있었다. 시릴의 입술이 귓불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손바닥 아래서 1.6L 터보엔진을 단 괴물이 으르렁대면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돼요. 심장박동수도 어느덧 한계치까지 높아지죠.” 시릴은 이진의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얇은 티셔츠 아래 거칠게 뛰는 심장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떨리는 게 느껴지나요?” 귓불을 빨아 당기는 그의 입술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목덜미에 단단한 이가 스치자 소름이 돋았다. 이진은 탄탄한 가슴에 손을 댄 채 떨고 있었다. 따뜻한 살갗 아래서 매끈한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사냥감을 노려 몸을 낮추고 있는 아름다운 맹수 같았다. “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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