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헬에 영원한 영광을.” 조국 아사헬이 멸망했다. 북마녀의 피를 이은 어린 왕녀의 수호자이자 아사헬의 술사로서 아비가일은 끝없는 지옥에 순종해야만 했다. “성하의 총애를 얻어라. 오팔이 되어 정보를 빼내고…… 저주의 술을 걸어.” 지옥이었던 수용소에 처박은 것으로도 모자라 두 번째 지옥으로마저 이끄는 적국의 기사, 알렉 오스딘. “그대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서 도울 것입니다.” 독에 가까울 만큼 지나친 다정함을 품은 적국의 성하, 베네딕트 외그랑셰. “그 무엇도, 내게서는 들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다시 돌아올 봄, 그러나 돌아오지 않을 이 봄의 베네딕트. 아비가일은 그것이 못내 슬펐다. 사람이 사는 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숨으로 사는 것이요 하나는 자취로 사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숨자취로 사는 것이다. ‘왕녀님. 고향 땅에 데려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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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헬에 영원한 영광을.” 조국 아사헬이 멸망했다. 북마녀의 피를 이은 어린 왕녀의 수호자이자 아사헬의 술사로서 아비가일은 끝없는 지옥에 순종해야만 했다. “성하의 총애를 얻어라. 오팔이 되어 정보를 빼내고…… 저주의 술을 걸어.” 지옥이었던 수용소에 처박은 것으로도 모자라 두 번째 지옥으로마저 이끄는 적국의 기사, 알렉 오스딘. “그대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서 도울 것입니다.” 독에 가까울 만큼 지나친 다정함을 품은 적국의 성하, 베네딕트 외그랑셰. “그 무엇도, 내게서는 들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다시 돌아올 봄, 그러나 돌아오지 않을 이 봄의 베네딕트. 아비가일은 그것이 못내 슬펐다. 사람이 사는 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숨으로 사는 것이요 하나는 자취로 사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숨자취로 사는 것이다. ‘왕녀님. 고향 땅에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천 년 만에 용을 살해한 슬레이어, 종전을 이끌어 낸 시대의 영웅 도미닉 레게논. 그는 왕의 견제로 인해 보상은커녕, 후궁 아델하이드의 호위 기사로 임명받는다. 그러나 아델하이드에게는 추문이 있다. 첫째는 그녀가 망국의 왕족 출신이며, 현재 제 나라를 멸망시킨 왕의 후궁으로 산다는 것. 둘째는 전 호위 기사들이 모두 그녀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는 것. 가치관부터 신념까지 모든 게 도미닉과는 대척에 서 있는 이였다. 하지만 아델하이드와 서재에서의 만남이 잦아질수록 그의 세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하는데……. 분명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모호해지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묘연해져 버리고 만다. “당신이 모른다 해서 세상에 있는 일이 없지는 않아요.” *** 언젠가 같은 자리에서 다른 생각을 했었다. 불쾌하고, 비속하고, 긍지도 명예도 없는, 사랑받음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고. 그러나 사랑에 빠진 청년의 변덕이란 짐승만 못해서, 그 생각들은 이제 조각난 꽃줄기보다 몹쓸 것이 되었다. 세상 모든 소중한 것을 안겨다 주어도 모자란 여자였다.
엄마가 남긴 이억 원의 사채 빚.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몇 년 빌릴까 하는데.” 대부업체 사장의 동생이라는 남자가 제안을 해오기 전까지는. “상환 기한을 3년 후로 미루고, 그간 머물 곳을 마련해 주지.” 조건 없는 3년간의 동거 생활. 그가 원한 것은 그저 자신의 곁에 있으라는 것뿐. “이석 씨, 내 빚 안 갚아줄 거죠.” 그러나 그는 사랑하지 않기엔 너무나 근사한 남자였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 맞춘 관계라는 걸 망각할 정도로. 그래서 바보 같은 희망을 가졌다. 이석은 꼭 여원이 여느 때 짓던 웃음처럼, 다소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 “네 빚은 네 빚이지, 여원아.” * “돈 때문에 날 배신해 놓고, 이제 와서 돈 같은 건 됐다고?” “……난, 나는 당신이 싫어요. 이러는 것도 싫고요.” 그 말에, 이석은 상처가 헤집어진 사람처럼 아픈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반쯤 웃는 듯 우는 듯 묘한 표정을 한 그가 위태로이 말을 이었다. “너는, 번번이 내 생각에서 어긋나지. 처음부터 그랬어. 처음부터……. 너는 내 생각과, 시선과, 계획을 다 어그러뜨려. 다 엉망이 됐다고. 정말이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를 흔들고, 이렇게 망가뜨리고…….”
눈부신 발전과 풍요를 이룩한 시대. 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마계의 문이 열렸다. 이에 왕은 왕가의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천 년 전과 같은 칙령을 반포했다. 지하의 지배자―붉은 용을 죽이는 이에게 다음 왕의 자리와 공주를 주겠다. 그리고 그 날 밤, 붉은 용이 공주를 찾아왔다. “나를 죽이는 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신부로 맞는다지.” 간통으로 태어난 신의 아들. 재앙의 신 아마가 저주한 영혼. 이름 없이 영원히 암흑을 헤매는 존재. “너는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저주받은 신이 공주에게 예언했다. ***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우리의 밤은 영원히 지나가지 않을 거고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사랑에 빠지겠지…….
“처음부터, 내게 일부러 접근했군요?” “……그렇습니다.” “원수의 딸을 사랑하는 척하느라 힘들었겠다.” 왕가의 핏줄이자 군부 대장의 외동딸 아네트. 2년간의 열애 끝에 아버지의 충실한 수하 하이너와 결혼했다. 마냥 근사하고 다정한 남편과 영원할 줄 알았던 행복.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남편의 배신으로 가문이 몰락하기 전까지는. “이혼해요. 하이너.” “불허합니다.” “내게 아직도 쓸모가 남았나요? 내 부모님은 죽었고 왕정은 몰락했고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 복수는 끝났다고.” “부인. 어디로 가서 행복하시려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어요.” 하이너가 입꼬리를 늘여 웃었다. “어차피 그런 거라면 내 곁에서 평생 불행해.” 아네트는 문득 깨달았다. 그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내 손으로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일러스트 Ⓒ 이랑
눈부신 발전과 풍요를 이룩한 시대. 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마계의 문이 열렸다. 이에 왕은 왕가의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천 년 전과 같은 칙령을 반포했다. 지하의 지배자―붉은 용을 죽이는 이에게 다음 왕의 자리와 공주를 주겠다. 그리고 그 날 밤, 붉은 용이 공주를 찾아왔다. “나를 죽이는 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신부로 맞는다지.” 간통으로 태어난 신의 아들. 재앙의 신 아마가 저주한 영혼. 이름 없이 영원히 암흑을 헤매는 존재. “너는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저주받은 신이 공주에게 예언했다. ***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우리의 밤은 영원히 지나가지 않을 거고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사랑에 빠지겠지…….
“엮이고 싶을 리가요. 조부의 애인인 데다 사촌 형과도 붙어먹는 여자인데.” 재벌가의 일원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한도건. 조부의 중환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의 앞에 2년 전의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난다. “정재연 씨는, 내가 우습나?” 정재연에 대한 첫인상은 그때도 지금도 다르지 않다. 천박하고 불쾌한 여자. 그를 탐색하고, 재 보고, 끊임없이 시험하는. “정재연 씨는 자기 인생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사랑해서 하는 일인데 뭐가 부끄러워요.” 엮일 이유도, 엮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전까지는. 그녀의 사적인 순간들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정재연, 당신 대체 이곳에 들어온 목적이 뭐야.” 의심은 호기심이, 호기심은 흥미가 되었다. 그리고 끝내는 갈망이 되었다. “이만 가세요. 한도건 씨는 내 계획에 없거든요.” 어떤 배는 오랫동안 버려진 섬의 건너편으로 향한다. 어느 예기치 못한 순간에 파도를 만나 기꺼이 난파되기 위해. 일러스트 ⓒ 박캐롤
“아사헬에 영원한 영광을.” 조국 아사헬이 멸망했다. 북마녀의 피를 이은 어린 왕녀의 수호자이자 아사헬의 술사로서 아비가일은 끝없는 지옥에 순종해야만 했다. “성하의 총애를 얻어라. 오팔이 되어 정보를 빼내고…… 저주의 술을 걸어.” 지옥이었던 수용소에 처박은 것으로도 모자라 두 번째 지옥으로마저 이끄는 적국의 기사, 알렉 오스딘. “그대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서 도울 것입니다.” 독에 가까울 만큼 지나친 다정함을 품은 적국의 성하, 베네딕트 외그랑셰. “그 무엇도, 내게서는 들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다시 돌아올 봄, 그러나 돌아오지 않을 이 봄의 베네딕트. 아비가일은 그것이 못내 슬펐다. 사람이 사는 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숨으로 사는 것이요 하나는 자취로 사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숨자취로 사는 것이다. ‘왕녀님. 고향 땅에 데려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