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1995
작가이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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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엑스트라로 영화판을 전전하던 미란은 유명 영화감독의 신작에 비중 있는 배역을 맡게 된다. 기쁨도 잠시, 수정한 대본에는 진한 베드신이 들어 있다. 배역을 포기하려던 그녀는 자신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큰언니를 보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 경험이 없으면 경험을 만들어 오라는 선배의 충고에, 상대를 물색하러 이태원에 온 미란은 지갑과 여권을 소매치기 당한 군인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그는 뒤탈 없는 하룻밤 연습 상대로 제격이었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미란 강. 캔 아이 헬프 유?” “노, 땡큐.” 그리고 단칼에 거절당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창피해서 귀는 빨개지고,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미란은 용기를 내어 다시 묻는다. “아이 헬프 유, 유 헬프 미. 오케이?” 한참 동안 그녀를 응시하던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오케이.” 술값을 대신 내주고 그를 집으로 데리고 온 미란은 그가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걸 깨닫고 쾌재를 부르며 대본을 내민다. 대본을 읽고 난 그는 그녀를 모욕한다. “어덜트 필름. 그러니까, 포르노그래피 배우야?” “뭐라구요? 포, 포르노? 미쳤어요?” “아니야?” “저 그런 배우 진짜 아니에요! 그…… 대본만 읽으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는 건 인정 하는데요. 정말로 그런 영화 아니에요.” 우여곡절 끝에 연습을 시작한 두 사람. 대본에 충실했던 연기는 아슬아슬한 즉흥 연기로 변한다. 안드레 드 라파이예트는 자신의 위치를 한시도 망각한 적이 없었다. 가문의 전통에 따라 군 복무를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가기 직전 우연한 계기로 미란을 만난 그는 철저하게 계획된 인생에 단 한 번의 일탈을 즐긴다. 그리고 처음 느낀 낯선 감정에 차가운 푸른 피가 끓어오른다. 가슴에 불꽃 같은 순정을 품은 여자와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 피가 흐르는 남자가 만났다. 불꽃이 먼저 꺼질까, 얼음이 먼저 녹을까. 90년대 한복판,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벌어지는 아날로그 감성의 레트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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