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
작가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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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물, 동양풍, 소꿉친구, 친구연인, 미인공, 다정공, 헌신공, 짝사랑공, 절륜공, 미인수, 다정수, 순진수, 헌신수, 외유내강수, 짝사랑수, 도망수, 능력수] 어느 날, 신명이 내렸다. 양반가 자제로 나고 자란 열다섯에 가문과 가족, 그리고 은애하는 친우의 곁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김가의 서진은 박수 무건이 되었다. 이후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았다. 꼬박 12년을 버텨 이제야 삶의 끝자락에 다다랐건만. 어느 길에서건 쓰러져 태어난 지도 모르게 죽기만을 바랐건만. 다시 너를 만났다. 렴아. *** 무건은 엷은 향내를 사이에 두고 사내 앞에 주저앉았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원망했을까.’ 감히 그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도 조금, 아주 조금은 기쁘다고.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다시 한번은 볼 수 있어 조금은 기쁘다고. 그리 말하면 안 되겠지. 정녕 아니 되겠지.’ 무건은 쓰게 웃으며, 자렴을 내리누르고 있는 신령한 존재에게 길게 읍한다. “제 정성이 부족하였습니까. 제게 내리시어 저를 탓하셔야지, 어찌 이곳으로 납시셨사옵니까.” 기와집에 똬리 튼 잡귀들이 감히 이 별채에는 다가오지 못했다. 몇 달 동안 앓았다는 사내의 몸은 차가운데 열에 시달려 달뜬 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깊이 침잠해 있으나 그저 잠든 것이었다. 뭇사람이 깨우지 못하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이었다. 잡귀에 시달려 허약해진 몸이 신령한 기운에 눌리니, 정신이 감당치 못한 것이었다. 그를 짓누르고 있는 신령한 기운은 결코 그의 생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별채를 휘감아 어떤 잡귀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다. 그 거대하고도 신이한 기운은 무건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것이었다. 무건이 모시는 신 중 가장 귀하고 크신 신. 제일 먼저 무건을 찾아와 무건을 신 길로 이끌었던 신. 지금 자렴을 짓누르고 있는 정한 기운은 그 신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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