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이일일일)
작가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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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 근미래물, 추리/스릴러, 복수, 조직/암흑가, 재회, 미인공, 강공, 냉혈공, 능욕공, 집착공, 광공, 소심수, 호구수, 상처수, 굴림수, 평범수, 병약수, 시리어스물, 사건물, 3인칭 시점 의뢰를 받고 홍콩 섬으로 향한 수리공 림. 그런데 의뢰인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오랜만이야.” 낯이 익은, 수없이 꾼 악몽 속의 흰 얼굴…… 뤄신. 그는 여전히 차가운 멸시로 수치심과 두려움을 안겨 주며 림을 절벽 위의 한 저택으로 끌고 갔다. 게임의 초대장을 받은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그곳으로. “제발 보내 줘!” “차라리 덤벼들기라도 했으면 혐오스럽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림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뤄신. 때마침 발생한 사건에 결국 림은 저택에 발이 묶이고 만다. 모든 희망을 버려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 솔로몬의 씨앗 의문의 메시지와 전염병 ‘솔로몬 그런디’에 감염된 시체. 그리고 폭설과 고립. 연이은 재난에 저택은 순식간에 공포에 잠식되고, 림은 자꾸만 과거의, ‘학교’와 ‘그 아이’의 꿈을 꾸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너는 감히 나를 동정했지. 보렴. 너 때문에 나는 이렇게 화가 나고 수치스럽단다. 근 몇 년간……, 감히 나를 동정한 사람은 없었어. 그런데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드는구나. 너는 마치 나를 방해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 같아. 고작 몇 번 봤을 뿐인데도 볼 때마다 나를 불쾌하게 만들어. 네 존재 자체가, 네가 침범한 곳이,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전부 나를 화나게 만들어…….” 림은 흐릿한 시선 너머로 쉴 새 없이 중얼거리는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남자는 웃고 있었지만……, 몹시 성이 난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남자의 웃음이 짙어졌다. 그가 림의 턱을 손가락 끝으로 덧그리듯 훑었다. “지금 눈빛도 그렇고.” 림은 생각했다. 대답을 해야 해. 무섭다고 말해야 해. 당신이 너무너무 무섭다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말을 하지 않으면, 남자의 앞에 덜덜 떨며 엎드려 나는 당신보다 분명히 아래 계급이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뭔가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입 안이 다 터져서 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너를 어떻게 벌주면 좋을까…….” “…….” “무얼 해야 네가 가장 고통스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할까.” 남자의 눈빛이 더 깊어졌다.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고 네 아내를 빼앗아 가고 평생 다리를 절게 만들었는데도.” 그의 눈이 슥 가늘어졌다. 웃는 것도 같았고. “그래……. 넌 그렇게까지 나를 두려워하진 않았지.” “그…….” 관찰하는 것도 같았다. 꼼꼼히, 놓치는 것 따위는 없도록 림을 샅샅이 훑는 것도 같았다. 이윽고 그의 눈이 완전히 웃는 모양이 되었다. 아. 림은 알아차렸다. 남자의 안에서 결론이 났구나. 그 결론이 무엇일지 자신이 가늠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림의 목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남자의 손가락이 목까지 채워진 단추를 하나 풀었다. 툭. 림은 들릴 리 없는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어떤 방문자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일지도 몰랐다. 불안, 공포, 혹은 예감이라는 이름의. 남자의 손가락이 또 하나, 그 아래쪽 단추를 풀었다. 그가 반대쪽 팔로 짓누르고 있던 림의 손목을 더 깊숙이 누르며 얼굴을 기울였다. 그가 속삭였다. “이건 어떨까? 나와 섹스하는 건.” “정확히는 마운팅이라고 해야겠지만” 하고 덧붙이는 말에 림은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감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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