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브
작가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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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은 남자의 시선이 방울에 머물자 앞으로 방울을 내밀었다. “저 무당이에요.” 힘이 단단히 들어간 무영의 목소리에 신은 부채질을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짜고짜 신분을 밝혔지만 남자는 감흥이 없는 얼굴이었다. 남자의 무심한 얼굴에서 무영은 어째서인지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에게 드릴 귀신 잡으러 온 거예요.” “아……. 뭐, 그런 겁니까.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더니 무당은 제 팔자를 보지 못하는가 보군요.” 무당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 것을 무심하게 돌려 말하는 남자에게 악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결국은 남자 손에 죽은 목숨이라는 소리다. 무영은 방울을 다시 가방 속에 넣고 컨베이어 벨트를 넘어갔다. 남자는 겁 없이 제게로 오는 무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기만 했다. 남자에게 가까워지자 피비린내가 독하게 코를 찔렀다. 지독한 냄새에 공포보단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곳에 곧 불이 날 거예요. 피하셔야 해요.” “불이라…….” “진짜라니깐요.” 남자는 저를 올려다보며 초조한 얼굴을 하는 무영을 덤덤하게 바라봤다. 이곳은 인적이 드문 외곽지이고 이미 오래전 폐업이 된 공장이다. 제 주인의 소유이기도 하고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오로지 저뿐이다. 불이 날 조건은 전혀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은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말이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다. “한 번만 믿어주세요. 무당이라는 건 안 믿어도 되는데 이건 믿으셔야 해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거짓말 따위 믿지 않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제 손에 죽어야 합니다.” “어차피 죽일 거면 한 번 믿고 죽이시던가요.” 남자의 위협을 무영은 꽤 당돌하게 되받아쳤다. 신은 무영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당돌함에 큭큭거리며 밉살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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