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리품. 정통성 있는 혈통을 위한 도구. 반역을 성공한 펜릴에게 왕녀였던 아나이드는 딱 그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옛날에는 그녀와 연인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연기에 불과했다. 그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아나이드를 경멸했으니까. 설령 아나이드가 제 아이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정해둔 영역 안에서 왕비답게 구는 모습이 기꺼웠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내로서 영원히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니. 그는 아나이드를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앞으로도 자신이 그녀를 사랑할 일은 영영 없으리라고. * * * 아나이드는 자신의 어깨에 올라와 있는 펜릴의 손을 치워냈다. 천천히, 그러나 깔끔히. “전하.” “…….” “이제 그만 저를 놓아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덧붙였다.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최고의 후계자를 낳아드렸으니, 왕비로서의 제 역할은 끝났어요.”
🌟 로판 소설 중 상위 13.60%
평균 이용자 수 5,305 명
* 100명이 선택하면 '명작' 칭호가 활성화 됩니다.
'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시한부 엑스트라로서 사람들의 동정과 따돌림 속에서 산 지 12년. 인생 유일한 목표가 편하게 죽기였다. 그런데……. “이 아이는 사하로프 가에서 데려가도록 하지.” 북부의 실세, 수인족의 방벽이자 철혈 그 자체인 늑대 가문에서 토끼인 날 데려가겠다고 한다. “저기, 전 토끼인데요…….” “그래, 넌 토끼다.” “토끼니까 사하로프 가문과는 연이 없지 않을까요?” “아니, 넌 내 딸이다.” ……어떻게 늑대에게서 토끼가 나온다는 거죠, 각하? 이게 무슨 소리야? *** 소중한 가족들은 나를 지지해주었으니, 그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 하겠는가? '바꿀 거야, 모든 걸.' 나는, 피폐한 원작 따위 얼마든지 깨부술 것이다. 염세적이었던 토끼 소녀 클레타로즈가 가족 덕분에 치유받고, 운명을 착실하게 바꿔나가며 누군가를 구원하기도 하는 성장기.
그리스·로마 신화의 페르세포네에 빙의했다. 그래, 명계의 왕인 하데스가 납치해 아내로 삼는 신이 된 것이다. “납치당하기는 싫은데….” 하지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던가. 하데스를 피하려던 그녀는 그의 전차에 치여 명계로 떨어지고 만다!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데메테르의 딸!” “거짓말, 저를 함부로 하실 거잖아요! 마, 마치… 외설 문학처럼!”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억울해하는 하데스(특: 피해 보상을 하고 싶을 뿐임)를 ‘아내 얻자고 교통사고까지 일으키는 미친놈’으로 오해한 페르세포네는, 최선을 다해 그에게서 도망치는데…. * * * 명계를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얄궂게도 운명은 피할 수 없다던가. 페르세포네는 모종의 이유로 반년 동안 명계에 머무르게 된다. ‘어쩔 수 없지. 명계에서 업적을 세우고 지상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마침 그녀는 불모지에서도 싹을 틔우는 생명신. 흠결은 명성이 없어 불안정한 힘 정도? 빈 땅을 경작해 힘을 늘린 페르세포네는 명계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먹여 호감도를 쌓기 시작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알고 보니 착한 신이었던 하데스에게는 특별히 뇌물(?)을 좀 주었는데…. “나는 그대가 가꾼 그대로, 모든 것을 남겨 놓겠다.” “…….” “그러니까 언제든지 명계로 돌아와.” 어라, 명계의 최고 권력자한테 청혼을 받은 것 같다. …마음에 드는데 확 결혼해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