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시간
작가뿌리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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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은 과학적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어, 작품 감상에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구 멸망 72시간 전, 짝사랑하는 상대와 섹스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며 모두의 눈앞에 다가온 지구멸망. 죽기 직전 건의 소망은 오랫동안 좋아해온 친구 김필리와 자 보는 것이다. 무작정 브라질리언 왁싱부터 할 만큼 마음만 앞선 건. 그는 허둥지둥하다 얼떨결에 필리와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지구 멸망을 앞두고 충동적으로 시작된 관계. 과연 두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리보기]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나도 알 수가 없다. 부드러운 피부가 손바닥에 감겼다. 손으로 뺨을 쥐어 쓸자 김필리는 약간 당황한 듯이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있잖아. 싫으면 싫다고 해.” “…뭐?” 손바닥에 닿는 김필리의 피부는 서늘했다. 내 손이 뜨거운 걸지도 모른다. 되묻는 김필리의 작게 벌어진 입술 틈을 응시하며 가지런한 흰 치열, 입 안에 얌전히 놓여 있을 붉은 혀 따위를 생각했다. 언젠가 손끝으로 얼핏 느껴 보았던 입술의 촉감을 떠올렸다. 직접 입술을 맞댄 감촉은 어떨지, 입 안이 얼마나 뜨거울지, 그런 궁금증이 든 순간 뒷일에 대한 걱정과 망설임은 깨끗이 증발했다. 어떤 미지의 힘이 나를 떠밀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손도 올려 김필리의 반대쪽 귀뺨을 감쌌다. 홀린 듯이 허리를 숙였다. 입술이 맞닿았다. 촉. 조심스럽게, 깃털같이, 사뿐히 스치는 촉감이 아쉬워 입술을 더 꾹 눌렀다. 격렬한 긴장에 목덜미가 뻣뻣해졌다. 속눈썹을 파들파들 떨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어둠이 눈꺼풀 위로 하얗게 번졌다. 온 촉각이 곤두섰다. 존재하는 모든 신경이 김필리와 닿은 입술 하나에 온통 쏠리는 듯했다. 김필리의 입술은 예상보다 더 보드랍고 말캉했다. 온기가 있었다. 나는 입술을 조금 벌린 채로 김필리의 아랫입술에 내 입술을 소심하게 비볐다. 발밑이 아찔하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물기 없이 부들거리는 얇은 표피를 입술 틈에 맞추고 비비다가 천천히 혀를 내었다. 그때까지도 김필리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내 키스를 받고만 있었다. 손바닥 아래로 닿은 뺨이 약간 경직된 게 느껴졌다. 심장 소리가 귓가에 쿵쿵 울리는 것처럼 요란하게 들리는 와중에 나는 놀란 김필리의 입술을 핥고, 문지르고, 슬그머니 깨물었다. 모든 감각이 비현실적이었다. 정말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조금이라도 현실감을 느꼈다면 이렇게 막 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냥 입술만 가볍게 맞댔다 떼려는 생각이었는데, 내 머리가 운전석 창문 안으로 점점 들어갔다. 끙끙거리며 살짝 열린 입술 틈을 핥자 김필리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김필리가 벌린 것인지 내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탓에 자연스레 벌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나는 혀를 집어넣었고, 달콤한 입 속을 샅샅이 핥았다. 가지런한 치열을 훑고 도톰한 아랫입술을 질척하게 빨았다. 목마른 사람처럼 타액을 갈구하며 김필리의 혀를 문지르고 비비며 자극하기도 했다. 내 키스는 분명 서툴렀다. 서툴러 보이지 않기 위해 무작정 어떻게 해야 한다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막상 입술이 닿으니 그저 내 혀와 입술이 상대와 더 닿고 싶어서 멋대로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더 완전하게, 빈틈없이 닿고 싶었다. 타액을 삼키고 혀를 깊숙이 섞고 비비고 싶어 애가 달았다. “흐, 응….” 자꾸만 앓는 듯한 목울음이 샜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정신없이 김필리의 혓바닥을 내 혀끝으로 긁고 문지르기에 바빴다. 온 입 안을 헤쳤다. 달았다.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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