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습한
작가일면식
0(0 명 참여)
“저기요. …혹시, 저 모르시겠어요?” 정준에게 말을 건 이는 한없이 낯선 남자였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자신과는 연이 없을 외향을 가졌음에도. 자신을 알고 있다는 암시를 주는 그를 떠올리기 위해 기억을 따라갔다. 과거의 애처로웠던 시기까지 끄집어내고서야 불쾌감이 들 만큼 집착적으로 저를 따르던 아이의 얼굴을 겹쳐볼 수 있었다. 17년 만의 만남.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훨씬 말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작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 * * “네가 이러는 거… 무슨 마음인지, 나 이해해. 우리… 어려서부터 부모님도 없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게 생활했으니까….” “…….”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또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었고…. 그러니까… 형한테 받는 애정 같은 게, 갑자기 더 생각나고 그리워졌을 거야.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맞아요. 나는 늘 형이 내 아내라고 생각했으니까.” 정준은 숨통이 조이는 기분이었다. 윤해의 입에서 또다시 등장한 ‘아내’ 소리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만해. 너 오늘 이후로 다시는 나 안 볼 생각이야?!” “안 보려고 마음먹으면 안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윤해는 턱을 문지르고 두꺼운 목까지 쓸어내렸다. “차라리 나를 죽이거나 아니면 내가 형을 죽이거나. 그게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 아닌가? 우리가 서로 안 보려면.” 희게 질린 정준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농담이니까 표정 풀어요” “…….” “그래서…, 키스는 언제 해줘요?”
이 작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는 작품
전체 리뷰0 개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