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흔
작가임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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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이휼이라 하오.”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닳도록 꺼내 본 지도 어느덧 칠 년째. “보통은 저하라고 부르더군.” 감히 바라지도 않았던 날. 세자빈이 되었다. “김 상궁은 문을 열라.” 꿈에 그리던 임의 목소리가 소녕의 귀에 꽂혀 왔다. 한데 기대했던 목소리가 아니다. 나직하지만 분명 분에 찬, 차가운 목소리. 소녕은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떨림을 느끼며 눈을 마구 흔들었다. “저하, 하명하시옵소서.” 밖을 지키던 상궁이 문을 열고 응답했다. 휼은 제 옷고름을 풀며, 보지도 않고 말했다. “지금부터 그 문을 닫지 말고 내가 이 계집에게 어찌하는지 똑똑히 보라.” “저, 저하…!” “그리고 이 계집이 어찌 울어 댔는지, 드높으신 좌의정 나리께 똑똑히 전하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소녕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어 굳었다. 좌의정 송재학. 소녕의 아비. “전 세자빈 황씨를 폐빈시키고 사약을 내리게 한 것이.” 아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소녕은 제가 세자빈이 되기 전까지 이 빈궁의 주인이었던 이가 거론되자 흠칫 놀랐다.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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