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의 우아한 발톱
작가차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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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은서는 가스 폭발 사고로 위장된 폭파 사건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범인은 한때 그녀의 소꿉친구였으며 동시에 연인이기도 했던 남자. 홍콩의 폭력 조직 영룡회의 5대 회주, 류옌레이. 그는 은서가 자신을 배신하고 팔아넘겼다고 생각한다. 잡힌다면 분명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은서의 예측은 완전히 틀리고 말았다. “당연히 내가 널 사랑하니까 그렇지, 예쁜아.”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은서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 레이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에 감았다. “이은찬이 말했어? 내가 널 죽이려고 한다고?” “넌 모르는 모양인데, 나도 머리가 달렸고 생각이란 걸 해.”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여전히 어린 동물처럼 보슬보슬, 매끄러운 머리칼이다. 손끝에 와 닿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콩콩대며 빠르게 뛰는 심장도 만족스럽다. 은서가 고개를 홱 돌리며 뾰족하게 으르렁댔다. “날 인질 삼아서 우리 오빨 조종한 거론 모자랐어? 또 미끼로 써먹으려고 이러는 거야? 죽일 생각이라면 그냥 여기서 죽여. 차라리 그게 낫겠어.” “아하. 이은서, 네가 직접 생각한 거야? 도망 다니는 동안 내내 그렇게 믿었단 말이지. 요 조그만 머리로.” 그는 검지를 뻗어 콕, 은서의 관자놀이를 짚었다. “내가…. 널 죽이고 싶어 한다고?” 웃음기 어린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그 미소에 온기라고는 한 점도 존재하지 않았다. 덜컥 겁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선명했다. 문득 그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고요하던 심장이 순식간에 쿵쿵대며 온몸에 피를 보내기 시작했다. 뒷걸음질 치려는 그녀의 허리를 레이가 꽉 붙들어 멈춰 세웠다. “예쁜아, 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른 손이 그녀의 턱을 쥐어 왔다. 레이의 손가락에 꾸욱, 힘이 들어갔다. 얼굴 절반쯤이 한 손에 가려질 만큼 커다란 손이었다. 그가 턱뼈 사이에 교묘하게 힘을 넣어 억지로 입을 벌렸다. “읏, 으으응!” “난 널 죽이고 싶은 생각이 요만큼도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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