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NPC 생활 백서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이며, 해당 도서를 읽지 않으셔도 감상에 무리가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숫기없는 범생이 형님인 줄 알고 훈수두며 쫓아다녔는데, 게임 밖 세상에서 만난 ‘주인’은 홍대 앞 밤 골목에나 어울리는 예민한 락스타였다. 그를 다시 마주한 두 번째 정모에서 인생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만한 큰 사고를 저질러버린 현우. 그 날 이후 현우는 매 순간 피가 마르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둘 중 하나가 게임을 접지 않는 이상, 이 고통은 끝나지 않으리라. 그런데. “걱정 마.” “네?” “많이 불편하면 내가 나가든가 할테니까.” 제가 친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가 순순히 눈앞에서 사라져주겠다는 이 상황이 나는 왜 불쾌한 걸까. *** ‘전현우 넌 진짜 개새끼다.’ 푹 한숨을 내쉰 현우가 힘겹게 사과 한마디를 뱉었다. “죄송해요.” “응?” “그, 그날 일은 실수였어요. 처음에 왜 그랬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리 그랬어도 형한테 그러면 안 됐어요…….” 한 번 물꼬가 터지고 나니 그다음은 수월했다. “어제도 모르는 척하려던 게 아니라, 너무 놀라서 그랬는데. 더 놀란 건 형이었을 텐데.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고, 진짜. 진짜 모르겠어요. 지금도 사실 다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는 형만 괜찮으시면 제가, 제가 다…….” 이 말을 해도 될까. 고민하던 현우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니까, 제, 제가 다 책…….” 결심한 현우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과를 꺼내려던 때였다. “아니, 난 괜찮은데.” 주인의 말이 조금 더 빨리 완성된 탓에 순서를 빼앗긴 현우는 황망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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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먼데?」 「저거보여? 니찍엇던거 포트레이트」 「ㅇㅇ」 「저남자 저기서 세시간동안서있는데???」 「곧 네시간째임;」 그럴리가. 진짜 클럽에서 만났나? 바울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했다. 제 의지로 방문한 적 없었고, 몇 번 가지도 않았을뿐더러, 들어가더라도 최주현의 옆에서 붙어서 홀짝홀짝 술만 들이키고 앉아있기나 할 뿐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제게 말을 걸어온 사람이 있긴 했지만 뛰어난 외모는 없었다. 미감에 예민한 바울이 그런 사람을 쉽게 잊을 리 없었다. 일방적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면 모를까. 고민을 마친 바울은 씩 웃으며 답장했다. 「나한테 반했나보지ㅎ」 * * * 산호가 워낙 커다래서인지 다리가 교차된 지점은 겨우 산호의 등허리 아래 부근이었다. 아무래도 다음 주부터는 정말 쉬는 시간마다 농구를 해야겠다. 매미처럼 달라붙은 바울이 뒹굴뒹굴 몸을 움직였다. “네가 여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저 스스로도 친구 삼기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항상 다정한 공산호. 산호만큼 예쁘고 싹싹한 며느리라면 누나들은 물론이고 유여사 또한 쌍수 들고 환영해 줄 터였다. “그랬으면 내가 바로 결혼하자고 달려들었을 걸?” 산호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던 바울이 얼굴을 뒤로 물렸다. 등 위로 얹어둔 팔을 풀러 산호의 어깨를 붙잡고 살짝 밀어 보이자 눈앞에 보인 것은, 빨개진 귀와 그에 못지않게 붉어진 얼굴이었다. * * * 문제는 공산호의 상태인데……. 예민한 곳을 그렇게 문질러댔으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한숨을 몰아쉰 바울이 사람들을 주목시키기 위해 박수를 두어 번 치고는 크게 외쳤다. “먼저 식사들 하세요. 한 시간 뒤에 다시 촬영 재개하겠습니다.” . . . 달칵. 철제 손잡이를 잡고 돌리자 잠겨있지 않은 문은 쉽게 열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고개를 쏙 밀어 넣은 바울이 내부를 훑어보았다. “분명히 이리로 들어갔을 텐데…….” 텅 비어있는 대기실을 발견한 바울이 문을 활짝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까만 소파 위에 개어져 있는 옷은 산호의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어딜 간 거야.” 다른 곳을 찾아보기 위해 몸을 돌린 바울이 반쯤 열려있던 대기실 손잡이에 손을 올렸을 때였다. “…….” “어……?” 대기실 안쪽에서 은근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바울은 열려있던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안쪽에 튀어나온 잠금쇠를 가로로 돌렸다. 쇠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다시 고개를 돌린 바울이 귀를 쫑긋 세우고 인기척이 나는 방향을 확인했다. 위치는 대기실 가장 안쪽에 있는 탈의실이었다. 꿀꺽. 바울의 목울대가 크게 요동쳤다. 바울은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한 발자국씩 천천히 움직여 문 앞에 도착하자, 잘못 들은 줄 알았던 소리가 선명해졌다. “하, 아…….” “…….” 살짝 열린 탈의실 문틈 사이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신 거울이 보였다. 탈의실 안쪽 대각선으로 놓인 거울 속 산호는 작은 의자에 걸터앉은 채 달뜬 호흡을 뱉고 있었다.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이용가와 15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가상현실 RPG 게임 더 프론티어의 베타 테스터로 게임을 시작한 유저 ‘소금’은 히든 퀘스트를 마친 뒤, 소원의 샘에서 튀어나온 풍요의 신에게 작은 소원을 빈다. ‘게임이 끝나지 않게 해 주세요…!’ 소원을 들은 풍요의 신이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 끝도 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소금은 오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던 날이 되어서야 눈을 뜬다. 그러나. “게임을 더 하고 싶다고 했지, 감금을 바란 적은 없었다고요....” 원치 않던 감금에 힘들어하던 그때, 소금의 앞에 이상한 유저가 나타나고. [‘[유저] 지논’(가)이 입장합니다.] “이장님, 남편 왔어요.” “.......” “우리 자기는 오늘도 예쁘네?” “.......”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자신을 남편이라 지칭하는 또라이 유저 ‘지논’은 매일같이 그를 찾아와 혼잣말을 늘어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앞에 한줄기 동아줄이 내려오는데.... [축하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히든 퀘스트가 개방되었습니다!] *** 탁- “자기야. 남편 왔어요.” “…….” 천천히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 악마 같은 미소. “줬다 뺏는 거 진짜 나쁜 거 알죠.” “…….” “근데 왜 두 번이나 버려요? 하마터면 또 놓칠 뻔했잖아. 열받게.” “어, 어….”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요?” 응? 하고 물으며 몸을 떼어 낸 진혼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