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덕한 나의 위악자
작가정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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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에는 다소 강압적이고 비도덕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서명그룹 서 회장의 생일마다 돌아오는 가족 수렵 행사. 사냥감이 되어 깊은 산속을 헤매던 설아는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를 맞닥뜨린다. “너 혼자야?” 남자는 사냥한 짐승 옆에 나태하게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민이나 동정심 따위가 결여된 눈동자. 검은색에 회색과 청색을 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동공이 설아를 천천히 훑어 내렸다. 그제야 설아는 자신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이 많이 가는 애네.” 남자는 설아의 허리에 티셔츠를 묶어 준 뒤 겨드랑이 안으로 손을 넣어서 설아를 불쑥 일으켰다. 그러고는 담백하게 손을 거둬 갔다. 따뜻한 타인의 온기가 떨어져 나가는 감각에 온몸의 세포가 일제히 소리쳤다. 저 사람을 잡아. “정신 차리고, 애기야.” *** 지독하게 깊고 묵직한, 어딘지 축축하면서도 묘하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기이한 향. 그날, 산에서의 기억을 일깨우는 냄새. 서태신. 그게 남자의 이름이었다. “줄까?” 싸구려 사탕을 손에 쥔 남자가 대단한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거만하게 말했다. “사탕 안 좋아해요.” “왜?” “어린애가 아니니까.” 설아의 대답에 서태신이 눈을 휘며 웃었다. 여차하면 강제로 벌릴 것처럼 남자의 엄지가 설아의 입술 한가운데를 지그시 문질렀다. “좋게 얘기할 때 벌려. 애기야.” 입술 사이로 들어온 엄지 끝이 아슬아슬하게 혀에 닿았다. “빨고 싶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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