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잊은 건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글쎄? 이렇게 예쁜 애가 내 애인이라고 하니까 신기해서 그랬나.” 생존율 7%의 던전 속에 기억을 두고 온 S급 에스퍼 성차현. 그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던 페어 가이드, 지세민의 거짓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 버린다. - 성차현 에스퍼! 지세민 페어 가이드와는 여전히 친한 형 동생 사이입니까? - 우리 사귀는데요? “푸흡!” 바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는 말. 진실을 밝혀도 제멋대로 믿고야 마는 차현. 그는 심지어 생방송 인터뷰에서 열애 사실을 밝혀 버리기까지 하는데…. “아아, 세민이는 뽀뽀도 하고 섹스도 하는 사람이랑 사귀지는 않는 거구나. 설마, 형아 따먹고 튀는 거야?” 가족과도 같은 형의 기행에 세민은 깊은 혼란에 휩싸인다. 기억이 돌아오면 어쩌려고 이러지…? “내가 기억이 돌아오면 후회할 거라고? 글쎄. 후회할 거 같다면 차라리 실컷 해 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아?” 혼란 속에 무방비하게 벌어진 틈새를 파고드는 속삭임. 유혹하듯 꾀어내는 목소리에 세민의 입안이 초조하게 말라 왔다. 이 기회를, 잡아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