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혜는 작은 사찰의 처마종소리와 마른 나뭇가지가 부딪혀 푸스스 소리가 들리는 청사산에 살았다. 유일한 혈육이자 소통자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산에서 낯선 남자를 구하게 된다. 그런데 이 남자. 식성이 특이했다. “나 배고파.” “안 줄 거야? 나 굶길 거야?” 노골적으로 민혜를 보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어디부터 먹을까? 오늘은 여기부터.” 마치 저를 맛있는 음식 보듯 그리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 촌스럽게만 보였던 민혜가 꽤 먹음직스러웠다. 그렇게 하루, 이틀 붙어먹는데 이게 또 나쁘지 않았다. 산수유가 가득한 정상에서, 아카시아 나무 아래. 꽃이 눈처럼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곳에서, 진달래가 잔뜩 핀 곳에서 도욱은 민혜를 안고 또 안기를 반복했다. 그저 발정기 짐승 같은 시간이었다. 언제나 그녀를 향한 제 욕정은 이성을 이겨버리곤 했으니 당연했다. “싫어?” 어차피 이 여자, 투정부리고 매달리면 속절없이 저를 받아들이곤 했으니 어렵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말해봐. 진짜 좋아?” “흐응. 네. 좋아요.” “나는. …나는 좋아?” “네. 좋아요.” 진짜로 좋아? 나랑 하는 거 말고 그냥 내가 좋냐고? 그 말이 뭐라고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들자 아카시아 향이 지독하게 몰려왔다. 허기가 모여들자 청사산은 맛있게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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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가듯 시작했던 계약 결혼. 악몽 같던 3년을 채우고, 찬휘와의 관계가 끝났다.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다.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그에게서 달아났는데, 그 남자는 또다시 수아를 찾아왔다. “왜 여기 있냐고 물었잖아요.” “당신이 다시 필요해졌어.” 찬휘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아, 참. 당신 오빠 말이야. 다시 도박을 하는 것 같던데. 빚이 어마어마해. 그리고 언니라는 사람은 연락도 되지 않고.”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몸이나 섞을래요. 연애 부담스러우면.” 더 라피토 레스토랑의 점주, 이정혁. 지금껏 어리고 예쁜 여자만 만나왔는데. 그 앞에 연상의 볼품없는 여자가 나타나 그를 흔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한건 그런 여자가 몹시 꼴린다는 것이다. 우연히 얻게 된 하루, 하지만 혜선은 도리어 저를 밀어낸다. 그렇게 시작된 정혁 혼자만의 연애. 그럼에도 그녀를 향하는 마음은 식지 않는다. “지금 하고, 씻으면서 하고, 룸서비스 오면 또 하고. 자기 전에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또 하고. 나가기 전에 하고. 그렇게 내내 나랑 붙어먹어 봐요.” 끝인 것처럼. 다시 오지 못할 시간처럼.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날만큼 박아대고 쑤셔 넣고 흔들고 싸고. 우리가 누군지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흐드러지게 놀면. 그 끝에는 뭐가 있을까? 뭐가 남을까? 우리 관계의 끝은 뭘까? 당신은. 왜 나와 몸은 섞어도 마음은 섞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지 그것도 섞고 또 섞다가 지치면 알아 질까? 그러다 혜선이 그를 밀어내던 이유가 뭔지 알게 된 정혁은 다시 그녀의 앞으로 한발 다가설 용기를 내본다. “나 못 믿겠으면 내 몸을 믿는 건 어때요? 내가 그쪽 아니면 안 꼴려요. 평생 그쪽이랑 붙어먹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평생 몸이나 섞으며 살아보죠?” 왜 당신이랑 붙어먹어야 하는지 정혁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나는 확실했다.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 왜 끌리는지 알 수 없는 두 사람. 하지만 서로를 끌어당기는 묘한 인연. 알 수 없는 과거 속, 우리가 삶의 어느 부분에서 한번은 만나지 않았을까?
아이가 죽던 날, 두 사람의 관계도 그렇게 끝났다. 혜연은 빛도 보지 못하고 죽은 아이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시들어 갔다. 준서가 그 사실을 말하기 전까지는. “나야. 그 뺑소니 차량. 나였다고.” “뭐?” “투정은 그만둬. 아이는 다시 가지면 되는 거야.” 사랑했던 남자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더 뭘 어떻게 해 줘야 해? 네 앞에서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할까? 그러면 속이 풀리겠어?” 혜연의 앞에는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친년처럼 범인을 잡겠다고 헤매던 자신을 조롱하고 비웃는 남자만이 남아 있었다. “놔줘. 우리는 일 년 전. 그날 끝났어. 알잖아.”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른 채, 이 그릇된 관계에 작별을 고했다. * “마지막으로 당신한테 안기고 싶어.” 움켜쥔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시원한 체향이 넘나들었고, 혜연은 대화 없이 오래도록 그를 끌어안았다. 마지막 밤이었다. 새우처럼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져든 혜연을 그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난…… 아직도 당신이 필요해.” 전해질 수 없는 말이 건조한 공기 중에 흩어졌다. 차라리 자신을 원망할지언정 제대로 된 삶을 살기를 바랐다. 아니, 살아 내기를 바랐다. 우리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흩어져 갔다.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해요.” 그 만남은 정말로 사소하고 가벼웠다. 고작 내기로 농락을 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급해 보이는데, 우선은 이 돈으로 어머니의 병원비를 해결하세요.” 여자와 두 번 마주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중 먼저 서로를 찾는 쪽에서 나머지 돈을 다 갖는 겁니다.” 조롱이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로 웃었다. 그에게는 가벼운 제안. 하지만 그녀에게는 진심이 되었던 날. 사람의 마음도 사진처럼 수정할 수 있다면 이날의 감정에 다른 색감을 입히고, 다른 배경으로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비가 내렸던,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질척한 날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 리아. 해맑은 얼굴의 가면 뒤에 상처를 숨긴 재하. 천진하게 웃고, 짓궂은 장난을 치지만 그들이 속한 세상은 지독하리만치 혹독한 겨울이었다. "그 겨울에 말이야. 초하리는 아주 추웠어. 아직 우리 집은 연탄보일러였고." "너 이런 겨울을 경험한 적이 있니?" 가끔 리아는 자신의 삶이 베타 버전의 게임 같다고 생각했다. 승인조차 제대로 나지 않은, 오류가 가득한 그런 게임 말이다. 그러니 발버둥이라도 치면서 끝낼 거야. 오류투성이로 가득한 삶은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신비롭고 아름다웠던, 그토록 처절하고 뜨거웠던 그들이 초하(初夏)를 찾아가는 이야기
"내 이상형이 똑똑한 여자거든. 혜영 씨, 똑똑하잖아." 야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성인 오락장 스페이스에서 만난 매니저, 조재준. 허우대는 멀쩡한데 어딘지 조금 나사가 풀린 듯한 것도 모자라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온다. 9살이나 많은 아저씨! 깡패에 중졸, 게다가 저급한 대사들까지. 1년간 한결같이 이어진 재준의 구애에도 개의치 않았던 혜영이지만... 여름 초입의 퇴근길, 이상한 남자의 습격을 받게 된 혜영은 재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한다. "하나씩 알려줘요. 그럼 되잖아요. 매니저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편견과는 달리 다정하고 세심한 재준의 모습에 혜영은 예상치 못한 설렘을 느끼고,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어 나간다. 그런데... 이 남자, 아무래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일성그룹의 장남 이한결. 망나니처럼 살아온 그가 일성그룹의 회장인 이대기 회장님의 발표로 벼랑 끝에 몰렸다. 사생활이 문란한 손자에게는 일성의 그 어떤 지분도 물려 줄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결은 세상을 반듯하고 똑바로만 살아온 당당하지만 못생긴 여자 단채이에게 결혼 제안을 한다. 일성의 지분이 모두 한결에게 넘어오면 끝나는 계약이 이대기 회장의 한마디로 틀어졌다. “뭐라고요?” “최종 사인은 두 사람이 약혼을 하고 청풍옥으로 들어와 석 달을 지내고 난 이후에 하도록 하마.” 한결은 무사하게 일성의 모든 지분을 받고 채이와 헤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자꾸 채이가 귀엽게만 보이지. 귀찮고 못생긴 꼬맹이가 자꾸만 거슬렸다.
아이가 죽던 날, 두 사람의 관계도 그렇게 끝났다. 혜연은 빛도 보지 못하고 죽은 아이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시들어 갔다. 준서가 그 사실을 말하기 전까지는. “나야. 그 뺑소니 차량. 나였다고.” “뭐?” “투정은 그만둬. 아이는 다시 가지면 되는 거야.” 사랑했던 남자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더 뭘 어떻게 해 줘야 해? 네 앞에서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할까? 그러면 속이 풀리겠어?” 혜연의 앞에는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친년처럼 범인을 잡겠다고 헤매던 자신을 조롱하고 비웃는 남자만이 남아 있었다. “놔줘. 우리는 일 년 전. 그날 끝났어. 알잖아.”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른 채, 이 그릇된 관계에 작별을 고했다. * “마지막으로 당신한테 안기고 싶어.” 그의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움켜쥔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시원한 체향이 넘나들었다. 대화 없이 몸으로만 이어진 관계는 거칠었지만 아프지 않았고, 손길은 어느 날보다 야릇해서 몸을 떨게 만들었다. 저녁에 시작된 움직임은 새벽이 다 되도록 몇 번이고 절정에 이르렀다. 새우처럼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져든 혜연을 그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난…… 아직도 당신이 필요해.” 전해질 수 없는 말이 건조한 공기 중에 흩어졌다. 차라리 자신을 원망할지언정 제대로 된 삶을 살기를 바랐다. 아니, 살아 내기를 바랐다. 우리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흩어져 갔다.
“벗어.” “……!” “내 말 안 들려? 아니면 뭐든지 하겠다는 말이 거짓이었나?” 어머니를 죽인 여자. 혜주를 바라보는 수혁의 잇새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튀어 올랐다. “뭐든, 뭐든 다 할게요. 그러니… 보지 않겠다는 말만 하지 말아주세요.” 그날이었다. 우리가 완벽하게 어긋났던 밤. 투명할 만큼 시리고 맑았던, 하얗기만 하던 너를 부서트리고 만 순간. “너를 망칠 수 있는 사람도, 그 권리도 나한테 있어.” 차라리 몰랐으면. 그랬으면 우리는 지금 어땠을까? 처절함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오해와 상처로 얼룩진 두 남녀의 불온한 로맨스.
세원그룹의 망나니 이지한, 그가 유배를 끝내고 13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보통 이런 걸 주워 주면 사례를 주던데. 혜령 대리는 그런 거 없나?”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말하면 다 해 줄 거고?” “가능한 일이라면…….” “어때? 한 번.” 더욱 잔인해진 눈빛을 한 그가 이제는 제 친구의 여자가 되어 버린 혜령을 마주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나도 계획을 짜야 할 것 아니야.” 경고와 같은 선전포고였다. 그제야 혜령은 왜 심장이 욱신거리는지 알게 되었다. 지한의 눈빛, 말투, 행동의 의미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들어왔다. 단단하게 굳어 버린 아랫배에서 생목이 올라와 연신 침을 삼켜야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되찾아 오겠다고. 이 엿 같은 상황. 풀어야지.” 흥분한 혜령과 다르게 지한의 태도는 여전히 여유롭기만 했다. 밀어내고 밀어내도 지한은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심장을 파고들었다. “한 번이면 족하다며?” “너 아직 나 좋아하잖아?” 자신이 알던 시절의 지한과 너무도 달라 혜령은 마치 낯선 사람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 ‘혜령은 그날의 일을 몰라야 한다.’ 유배를 떠난 지한이 유일하게 바라던 것. 그 바람을 짓밟고 저를 악마로 만든 것은 그들이었다. 그러니 이제 틀어진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가 13년 만에 돌아온 이유였다. “네가 알다시피 나는 아주 쉽게 혜령이를 찾아올 수 있어. 그런데 난 아주 어렵게 찾아올 생각이야.” 그 진실만큼은 평생 묻어야 하니까. 그래야 내가 지옥 속에서 13년을 살아온 보람이 있지 않겠어? “최대한 발버둥 치도록 해. 그래야 뺏는 재미가 있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보며 지어졌던 혜령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빠는……. 재훈 씨가 불쌍하지도 않아?” “그런 넌?” 원망을 품은 잔인하고 독한 표정이 그녀를 노려봤다. “거동도 못 하는 남자 수발이나 드는 넌 괜찮고?” 비틀리던 입술로 붉은 혀가 한차례 지났다. 혜령의 시선이, 말이 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지나갔다.
알비노(백색증)를 앓고 있는 효민은 보육원을 나온 후 성공한 벤처기업, 윈드워드의 문서 수발 보조로 취업한다. 그곳의 사장 태혁은 어떤 여자를 보고도 흥분이나 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붉은 눈을 하고 있는 효민을 본 후 흥분을 하게 되고, 그녀에게 지독하게 불리한 거래를 제안한다. ‘……아름답군.’ “거래라는 건 말이야. 갑과 을이 정해져 있고, 을은 약자지.”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계약임을 알면서도 효민은 태혁의 손을 잡게 된다. 사랑을 받지 못했던 효민은 자신에게 아름답다 말하는 태혁에게 사랑하게 되고 만다. 비록 그것이 그의 변태적인 성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눈은 왜 감아? 그 눈깔은 날 보고 있어야지.” “그래. 그 눈깔로 나만……보는 거야.” 그렇게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고 태혁은 K 그룹의 딸인 성희와 만남을 갖게 된다. 효민은 태혁이 그녀와 결혼을 할 거란 생각에 버림받을 걸 염려한 나머지 떠날 결심을 한다. “너는 내일 회사에 못 가.” “이렇게 발정이 나서 남자만 보면 박히고 싶어 하는 년을 내가 함부로 밖에 내돌릴 수 있을까?” “게다가 한번 맛보고 나면 그 새끼들이 널 놔주기나 할 것 같아?” 그저 욕정이라고 생각했던 효민을 향한 집착. 태혁은 너무 늦게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 집착이 구속으로 그리고 불안함으로 변할 때 태혁은 그녀 앞에 그저 ‘을’일 뿐이었다. 저를 버리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감정을 보채는 어린아이가 자신이었다. ‘갑 좋아하네. 씨발, 이게 어디 갑이야. 철저한 을이지.’ 태혁은 처절하게 사랑을 하는 ‘을’이 되었다.
결혼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게다가 그 오더가 하늘에서 내린 것이란다! “성단아 씨.” “네.” “우리 결혼합시다.” “미쳤어요?” “그러게요, 제가 좀 미쳤나 봅니다.” 단아의 할머니는 만신이라 불리던 무당, 그녀의 유언이기에 현성을 만났다. 현성 역시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의 등쌀에 단아와 눈속임 결혼을 진행했다. 각자의 목적달성을 위해 진행된 만남!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그들은 단언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궁합이 너무 완벽하다? 백년해로에 상호보완이 완벽한 최고의 합, 봄이 오고 꽃이 피니 나비가 찾아온 격이라고? *** 두 사람의 결혼 발표와 함께 시작된 기이한 일들. 그제야 류현성과 성단아는 이 결혼의 이면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결혼의 진짜 목적이 뭡니까?”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니 누구를 만나서 달라지고, 누구와 헤어져도 달라져요.” 잊힌 기억, 그리고 잊어야 했던 시간은 기어이 또 다른 만남을 준비했다. 본격!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에 맞서는 신들린 커플의 운명 개척기. “현성 씨 이상해요. 정상 아니야.” “당신한테 미쳤으니까. 분명하게 말해두는데 난 후회 같은 거 안 해요. 그러니 의심하지 말아요.”
가족, 그리고 친동생 이상으로 지내온 10년. 한지석은 유희주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법정 대리인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시간에 균열이 발생했다. "오빠를 남자로 좋아한단 말이야." 대한 그룹의 사생아. 천재적인 머리를 지녔으나 숨어 살아야 했던, 한지석.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은 그를 품어준 것은 소꿉친구 유선우와 그의 가족이었다. "화재가 있던 날 말이야. 우리 가족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있었던 것 같아." 그러나 의문의 화재 사고로 선우의 가족은 모두 목숨을 잃게 되고, 유일하게 희주만이 살아남는다. 그렇게 유희주는 한지석의 품으로 오게 되었다. 가족보다 더 절절한 관계로. 그렇게 법정 대리인의 자격 상실을 앞두고 있던 때 일어난 뜬금없는 그녀의 고백! "나한테 너 여자 아니야." "집에서 나가라고?" 하지만 그는 희주의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다. 지석은 그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집에서 독립할 것을 권하지만. "동생이라면서? 세상 어느 오빠가 동생의 남자친구한테 질투를 해?" "맞아 동생, 질투가 아니고 네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거고." 동생일 뿐이어야 하는데, 자꾸만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함을 느끼고 만다. 과연 10년 만의 진실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지석은 그의 바람대로 희주를 무사히 독립시킬 수 있을까?
방직공장의 평범한 직원인 달래는 전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자신이 꿈꿔왔던 행복한 가정이 물 건너간 것은 물론, 집까지 잃고 빚을 떠안게 되었다. 삶에 의욕을 잃은 채 방황하던 달래는 [EXIT]라고 적힌 빛에 이끌려 비밀스러운 베일에 싸여 있는 [공용 중개인 사무소]에 발을 들인다. “사무실 들어올 때부터 알아봤어요.” “흐읍. 그게 무슨……!” “당신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정도가 너무 크다는 것을. 난, 당신 같은 여자를 기다렸어요. 아주 오랫동안 말이에요.” 달래는 그곳에서 훤칠하고 능력 있는 공용 중개인 규현을 만나게 되고, 수상한 안개와 함께 그녀를 ‘열락행 열차’에 태운다. “이제 제대로 놀아 볼래요? 밥 먹고, 차도 마시고. 시간이 되면 영화도 한 편 보죠?” “…….” “그리고 밤이 늦으면 지금처럼 야하게 떡도 치고. 어때요?” 끝자락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의욕도 삶의 의지도 가지고 싶지 않았는데. 달래는 규현이 불쑥 내민 따뜻한 손을 자꾸만 잡고 싶어진다. * “아쉬웠죠?” “네?”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서.” 그 순간에 기어이 앞섶이 다 풀어진 원피스를 어깨 아래로 내리자, 사이로 둥근 가슴이 드러났다. 스킨 컬러의 속옷은 레이스나 장식 없이 단정하기만 했다. 그 위로 커다란 손이 브래지어 위를 어루만지다 끈을 내리자 맨 가슴이 드러났다. “핫.” 놀란 달래가 양팔로 가슴을 가렸다. “예상했던 만큼 예쁘네요.” “이, 이건. 좀.” “그냥 즐겨요. 머리가 복잡할 때는 이만한 운동도 없거든요.”. 분명 싫다고, 그만하라고 말을 하려다가도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분명 규현의 행동은 무척이나 무례함에도 무소불위의 쾌락을 가져 와 달래를 꽁꽁 묶어서 제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아빠는 아내가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엄마가 필요해.” 대한 재능의 유능한 지점장 석진은 커다란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형님 부부의 이른 죽음으로 딸처럼 키워 온 혜주가 꺼낸 그 말은, 그의 사랑에 도화선이 되었다. 사실 석진에게는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품어 온 여자가 있었다. 소심한 모습 아래 다정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가정 방문 교사 예원. 석진은,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예원에게 직진하기로 한다. “어제 말입니다. 저 별로였습니까?” 예원 또한 다정하기만 한 그 남자가 싫지 않다. 자신의 과거도, 배경도 사랑해줄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예원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지만, 연애 경험 하나 없는 두 사람은 자꾸만 엇갈리게 되는데…. 보다 못한 귀염둥이 계략녀 혜주가 두 사람의 오작교가 되어주기로 한다. “당신한테 블랙 카드가 되어 드리죠. 내 사랑의 한도는 없으니까요. 필요한 만큼 뽑아 쓰시면 됩니다.” 예원은 그의 한도 없는 사랑에 벅차오르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렇게 과분한 사람을 만나본 것도, 과분한 사랑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서.
보육원 출신으로 가족의 정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혜선. 수련회 날, 보육원의 아이들이 다수 사망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한다. 혜선은 그녀를 창밖으로 밀어 탈출을 도운 태훈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며 함께 살고 있다. 그로 인해 평생 다리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해도, 그것을 빌미로 태훈이 그녀를 착취해도, 혜선은 은혜를 갚기 위해 무작정 버텼다. “……태훈 오빠가 사고를 쳤어.” “돈, 빌려줄게. 이자 없이. 물론, 공짜는 아니야. 그만한 대가는 받아야지 나도.” 최악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곁을 맴도는 보육원 친구 석우가 찾아오고, 그녀를 돕는 대신 몸을 줄 것을 요구하는데……. 사랑 없는, 육체적인 교류만 있는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석우도, 혜선도 점차 커지는 그 마음을 모른 척하기 힘들어진다. 혜선은 저를 돕는 석우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그를 밀어내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태훈은 혜선을 술집에 팔아 버리기까지 했다. 버리지만 말아 달라고 싹싹 비는 그녀를 매몰차게 버렸다. 그제야 혜선은 태훈을 떠나기로, 평생 그녀를 괴롭힌 그에게 반드시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씨발, 너 이러는 거 보면 나 좋아하는 거 맞는데.” “헛소리할 거면 빨리 가.” “웃기지 마, 너 나 사랑하잖아. 왜 자꾸 도망치는 건데?” 반면, 석우는 혜선을 지키기 위해 매일같이 그녀를 찾아오고, 혜선은 더 이상 석우를 밀어내고 싶지 않아지는데……. * 혜선을 벽으로 밀어붙인 석우가 그대로 뺨을 감싸고는 입술에 붙였다. 시작부터 열띤 행위는 그의 갈급함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거칠었다. 쭙쭙 입술을 입술로 물고 씹다가 혜선의 혀와 자신의 혀를 얽고 비볐다. 맞닿아 벌어진 틈새로 훔치지 못한 침이 줄줄 흘렀다. 뺨을 쥐고 있던 손은 금세 아래로 내려가 옷 위로 가슴을 주물렀고 곧장 흥분한 그의 아랫도리가 혜선의 배꼽 언저리를 쿡쿡 찔렀다. 하앗. 그 순간에 섬광이 번쩍였다. 그의 손이 혜선의 허리를 감싸더니 사타구니 사이로 손을 넣어 구멍을 질컥질컥 들쑤시기 시작한 것이다. “혜선아, 어때?” “……뭐가?” “난 미치게 좋은데. 넌 어떤가 싶어서.”
대학 총장이라는 그럴듯한 남자의 수양딸로 들어간 영화. 그녀는 가면 속에 감춰진 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되고 복수를 결심했다. “소리 지를까요?” “뭐라고?” “당신이 얼마나 추잡하고 더러운 인간인지 다 불어 버리기 전에 그 입 닥치라고요.” 강석의 눈이 돌아 있었다. 그런 눈을 보니 영화는 웃음이 나왔다. *** 이용하기 위해서 접근한 선우가 도리어 집착하기 시작했다. “선택해.” “네? 뭐를요.” “난 너한테 이용당해 줄 용의가 있어.” “제가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걸 알았다는 건가요?” “물론.” 선우의 미소는 잔인했다. “되돌아가도 좋아. 하지만 그때는 난 너의 장단에 맞춰줄 용의가 없어.” 오만함을 넘어선 독선. 상대를 가지고 노는 우월함. “나도 너 좀 이용하려고. 마음에 들었거든. 네 몸.” 그 남자의 집착과 진심이 단단하게 걸어 잠근 영화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 작품에는 강압적 관계, 폭력적 묘사 등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합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에 쏟아지기 시작한 ‘검은비’. ‘검은비’는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건물도, 교통수단도, 선주가 사랑하던 가족마저도. 검은비가 내린 지 10년, 처참하게 무너진 세상은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끔찍했던 서울을 등지고 홀로 살아남은 선주는, 한 시골 마을에서 현석을 만난다. 생존을 위해 악마가 되어버린 이들 중, 현석만이 유일하게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를 하는 둘에게, 목숨이 위태로운 사건이 발생하는데……. “정신이 들어요? 괜찮죠? 괜찮은 거죠?” “……여신님.” “뭐라고요?” “나를 돌봐주던 여신님을 꿈속에서 봤어. 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선주를 ‘여신’으로 부르는 현석은 다정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조금은 야했다. 두 사람에게 밤은 ‘생존’이 아닌 좀 더 다른 목적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위험이 도사리는 세상 속, 그곳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해요.” 그 만남은 정말로 사소하고 가벼웠다. 고작 내기로 농락을 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급해 보이는데, 우선은 이 돈으로 어머니의 병원비를 해결하세요.” 여자와 두 번 마주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중 먼저 서로를 찾는 쪽에서 나머지 돈을 다 갖는 겁니다.” 조롱이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로 웃었다. 그에게는 가벼운 제안. 하지만 그녀에게는 진심이 되었던 날. 사람의 마음도 사진처럼 수정할 수 있다면 이날의 감정에 다른 색감을 입히고, 다른 배경으로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비가 내렸던,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질척한 날이었다. *** 뜨거운 그녀의 몸이 안락했고, 저를 쉬게 했다. 숨도, 그 안에서 흐르는 다디단 물도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로 제 것으로 다 취해 버렸다. “하아, 하아—” 혜수는 겨우 벌어진 잇새로 밭은 숨을 헐떡였다. “아앗.” 바람에 식어 버린 손이 행위로 뜨겁게 달궈진 체온과 만났다. “괜찮아요.”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지? 자조했다. 우석은 그저 저에게 유리한 대사로 혜수를 능욕했다. “그, 그래도.” 추악하게 저를 밟아 버린 남자가 아니라 신사적이고, 멋진 우석으로 남아야 했다. 평생. 그렇게 남아야 했다. 커튼 사이로 새파란 새벽이 내려왔다. 우석의 몸이 새벽빛에 물들어 푸른 짐승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원그룹의 망나니 이지한, 그가 유배를 끝내고 13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보통 이런 걸 주워 주면 사례를 주던데. 혜령 대리는 그런 거 없나?”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말하면 다 해 줄 거고?” “가능한 일이라면…….” “어때? 한 번.” 더욱 잔인해진 눈빛을 한 그가 이제는 제 친구의 여자가 되어 버린 혜령을 마주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나도 계획을 짜야 할 것 아니야.” 경고와 같은 선전포고였다. 그제야 혜령은 왜 심장이 욱신거리는지 알게 되었다. 지한의 눈빛, 말투, 행동의 의미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들어왔다. 단단하게 굳어 버린 아랫배에서 생목이 올라와 연신 침을 삼켜야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되찾아 오겠다고. 이 엿 같은 상황. 풀어야지.” 흥분한 혜령과 다르게 지한의 태도는 여전히 여유롭기만 했다. 밀어내고 밀어내도 지한은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심장을 파고들었다. “한 번이면 족하다며?” “너 아직 나 좋아하잖아?” 자신이 알던 시절의 지한과 너무도 달라 혜령은 마치 낯선 사람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 ‘혜령은 그날의 일을 몰라야 한다.’ 유배를 떠난 지한이 유일하게 바라던 것. 그 바람을 짓밟고 저를 악마로 만든 것은 그들이었다. 그러니 이제 틀어진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가 13년 만에 돌아온 이유였다. “네가 알다시피 나는 아주 쉽게 혜령이를 찾아올 수 있어. 그런데 난 아주 어렵게 찾아올 생각이야.” 그 진실만큼은 평생 묻어야 하니까. 그래야 내가 지옥 속에서 13년을 살아온 보람이 있지 않겠어? “최대한 발버둥 치도록 해. 그래야 뺏는 재미가 있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보며 지어졌던 혜령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빠는……. 재훈 씨가 불쌍하지도 않아?” “그런 넌?” 원망을 품은 잔인하고 독한 표정이 그녀를 노려봤다. “거동도 못 하는 남자 수발이나 드는 넌 괜찮고?” 비틀리던 입술로 붉은 혀가 한차례 지났다. 혜령의 시선이, 말이 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지나갔다.
“벗어.” “……!” “내 말 안 들려? 아니면 뭐든지 하겠다는 말이 거짓이었나?” 어머니를 죽인 여자. 혜주를 바라보는 수혁의 잇새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튀어 올랐다. “뭐든, 뭐든 다 할게요. 그러니… 보지 않겠다는 말만 하지 말아주세요.” 그날이었다. 우리가 완벽하게 어긋났던 밤. 투명할 만큼 시리고 맑았던, 하얗기만 하던 너를 부서트리고 만 순간. “너를 망칠 수 있는 사람도, 그 권리도 나한테 있어.” 차라리 몰랐으면. 그랬으면 우리는 지금 어땠을까? 처절함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오해와 상처로 얼룩진 두 남녀의 불온한 로맨스.
“도진후라고 합니다. 제안 하나를 드릴까 하는데요.” 갑작스러운 동생의 사고. 합의금과 동생의 치료비는 희진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버거웠다. 그때, 사냥개처럼 잔인한 눈빛의 남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녀에게 남은 방법은 없었다. 그의 손을 잡는 것뿐.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유희진 씨의 이 몸은 내 겁니다.” * “유 비서는 남자 얼마나 만나 봤나요?” 그저 몸이나 섞어 욕정을 풀어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요?” “순진한 척하는 거, 왜 그러는 겁니까? 어차피 쉬운 여자라는 거 다 아는 사이에.” 그녀의 입술 끝에 걸린 쓴 미소는 무엇이었을까. “대표님이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잘은 모르지만…… 함부로 막 굴릴 만큼 내 자신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완벽하게 세워 놓은 도진후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유희진은 야비하고, 난잡하게 놀아나야 하는 여자였다. 그러니 그 죗값을 받고 처절하게 지난 시간을 후회해야 했는데. 그 모든 것이 오해였음을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 있었다.
“그렇게 고마우면 몸으로라도 봉사를 좀 해 보라고.” 팔려가듯 시작했던 계약 결혼. 악몽 같던 3년을 채우고, 찬휘와의 관계가 끝났다.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다.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그에게서 달아났는데, 그 남자는 또다시 수아를 찾아왔다. “왜 여기 있냐고 물었잖아요.” “당신이 다시 필요해졌어.” 찬휘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아, 참. 당신 오빠 말이야. 다시 도박을 하는 것 같던데. 빚이 어마어마해. 그리고 언니라는 사람은 연락도 되지 않고.”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남편이 아내를 취하는 데 시간은 상관없지 않아?” 그는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쓸었다. 늘 두려웠다. 그의 손길에 느끼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짜릿하게 흐르는 전율은 수아의 몸을 들끓게 만들었으니까. 손가락 사이사이로 재미있는 인형을 탐하는 아이처럼 그의 손길은 야릇하고 느렸다.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렇게 젖어 있으면 안 되잖아. 꼭 사탕이라도 달라고 보채는 어린아이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