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결한 단맛
작가김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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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은 남자와 결혼하거나, 혹은 언감생심 쳐다볼 수도 없는 남자를 유혹하거나. 재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였다. “그 남자와 연애 놀음하며 떡 치는 사이가 돼. 그러면 네가 사랑해 마지않는 동생에게 폐 이식 수술을 해주지.” 타깃은 서경 그룹 정씨 일가의 일원인 정해원. 능력과 외모, 배경을 두루 겸비해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남자를 맨몸으로 유혹해야만 한다. “혹시 애인 있으세요?” “애인은 없지만, 아무에게나 잘 벌리는 성격은 아닌데 어쩌죠.” 서툴기 짝이 없는 재희에 비해 해원은 여유로운 데다 능숙하고, 모호하다. 남자에게 휘둘리지 말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집중하자고 되뇌었지만…. “나도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글쎄요.” “…….” “재희 씨가 내 곁에 머물러도 좋을 이유를 만들고 싶은가 보죠. 이 정도면 뭐, 모른 척 넘어오기엔 제법 괜찮은 핑계 아닌가.” 진창 같은 인생에 빛처럼 난입한 남자와 엮일수록 제어를 벗어난 감정은 널을 뛴다. 색맹으로 살다 폭력적인 색의 향연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처럼, 늘 반쯤은 죽은 듯 무감했던 심장이 생생하게 약동했다. “내겐 이제 해원 씨뿐이에요.” “…….” “그러니까 내가… 이 악몽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줘요.” 급기야는 이 남자에게 제 보잘것없는 인생을 전부 투신하고 싶어졌다. 뻔뻔한 과욕임을 알면서도. *** ‘다른 새끼들이었다면 어떻게든 재희 씨 치마 들치려고 혈안이 됐을 텐데, 내가 그런 적 있어요?’ 언젠가 해원이 했던 말이 떠오르자 심장에 지끈거리는 자극이 퍼졌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남자를 원하듯. 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원하길 바랐다. “저… 오늘, 치마 입었는데.” 예기치 못한 도발에 남자의 뺨 위로 근육이 도드라졌다. 소파를 짚은 손등에도 짙푸른 혈관이 솟았다. 사나운 시선이 창백한 발과 톡 튀어나온 복사뼈를 훑었다가, 마침내 흐트러진 옷자락 아래 드러난 허벅지의 맨살에 닿았다. “…본인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지는 알아요?” 재희는 고집스럽게 해원의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노골적인 유혹과는 상반되는 수줍음에 남자의 굴곡진 입술이 뒤틀렸다. “겁도 없네요, 연재희 씨는.” “…어쩌면 해원 씨가, 겁이 많은 것일 수도요.” 예상치 못한 도발에, 잠시간 침묵하던 해원은 이내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재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무방비하게 드러난 뱃가죽에 남자의 흥분이 밀착했다. 생경한 감촉에 놀란 그녀가 온몸을 파드득 떨자, 그가 붉어진 귓불을 입술로 감쳐물었다. “좋아요. 재희 씨가 원한 거니까….” “…….” “도망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버텨요.” 마지막 망설임마저 내던진 남자는 방금과는 사뭇 다른 기세로 거칠게 입을 맞췄다. 일러스트: d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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