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작가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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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벌을 받아 죽은 여자의 딸, 이령. 들풀처럼 홀로 꿋꿋이 살아가 보지만 그래 봤자 재수 없는 여자, 찝찝한 여자, 월분 마을의 미친년일 뿐. 하루빨리 돈을 모아 이 초화당을 떠나자. 그 일념으로 살아가던 이령의 앞에 어느 날 낯선 이가 들이닥쳤다. 정체를 알 수 없이 그저 ‘이사님’이라고만 불리는 남자가, “예쁜아. 니 애비가 널 팔았어.” 10억이라는 절망적인 빚을 들고, 빙글거리며. “홍기준이 제법 흥미로운 소리를 하던데.” 불길한 직감이 이령의 정수리를 때렸다. 유난히 검은 동공이 미세하게 가늘어진다고 느낀 순간, 그가 물었다. “예쁜아, 귀신 본다며?” *** 이성과 논리로 엮은 계획 속에 사는 남자, 도건. 어느 날 저와는 정반대 세상에 사는 여자를 발견했다. 마침 쓸모가 있어 적당히 이용하고 버리려 했더니, 자그마한 게 자꾸만 사람을 긁는다. “저는 사람 안 믿어요.” “그래서 귀신은 믿고?” “이사님은 더더욱 안 믿어요. 특히 이런 의미 없는 친절은 더요.” 강단인지, 오기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그럴 거면 유혹하듯 보지도 말아야지. “좆질 해 줄 놈이 필요한 거면 나는 어때.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귀신 나부랭이보단 낫지 않아?” “…이것도 차감 되나요? 귀신 한 마리에 1억인데, 사람은 한 명은….” 골 때리네. 그런데도 기막힌 웃음 한 조각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사시사철 악천후 속에서 사는 여자가 축축하게 그를 옭아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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