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소나기
작가도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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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이던 5년 전, 자퇴서만 던지고 돌연 집을 나갔던 것처럼 갑자기 고향 임백산으로 돌아왔다. 죽어도 다신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만은 아니다. 나는 산 좋고 물 좋은 임백산 탄광촌의 유일무이 꼴통 문제아였으니까. 임백산은 물론 태백산맥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단한 사고를 쳤었다. 그때 도망쳤다 돌아온 나를 제일 반기는 건, 사고의 피해자 고한결이다. “꼴좋다. 왜 다시 왔어? 도망칠 땐 언제고.” 이 지긋지긋한 촌에서 제일 꼴 보기 싫었던 고한결. “공주병 새끼! 누가 지 보러 온 줄 아나! 야! 너 앞으로도 나한테 신경 꺼라!” 어릴 때부터 내가 좋아한 유일한 남자.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남자.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을, 내 고한결. 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열일곱의 고한결은 어느덧 스물둘이지만 아직도 나오지 못했다. 그곳에 갇힌 너를 구하는 것은 내가 매일 꾸는 꿈이었다. 너와 나의 처음인 이곳에 우리는 다시 왔다. 여기는 우리의 모험 장소, 비밀 임무 기지, 까만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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