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불은 여우 불이라
작가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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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는 돈에 팔려왔다. 맨몸뚱이에 달린 것이라고는 사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남사스러운 사주 하나라, 나잇살 먹고 씨를 뿌리기는커녕 피를 뿌리는데 여념이 없는 이 놈의 삼대독자 아들 놈을 꽉 붙들어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줄 귀한 몸으로 모셔진 것이다. 그러나 서방 된 혁은 혼인만 하면 전장에 나가 뒤지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부모의 간청에 딱 혼례만 치르고는 초야도 없이 전쟁터로 야반도주하니, 쓸모를 다하지 못한 남이는 그대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혼롓날 딱 한 번 본 서방도 서방이라고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고 남몰래 낯도 붉히며 풋사랑을 키워가고 있었으나 정작 세 해 만에 돌아온 사내는 그녀를 기억도 못 할뿐더러…. “아, 그 씨받이가 아니더냐?” 고생도 박대도 그저 팔자려니 하며 웃어넘겼던 남이었다. 아랫것들에게 이년저년 소리를 들어도 밋밋하니 우그러들 줄 몰랐던 낯이 그날 처음으로 쩍 갈라졌다. 일러스트: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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