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천박한 낙원에서
작가박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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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 저와 결혼해 주셔야겠습니다.” 인간에게 허락된 것 이상을 일구어낸 신의 대적자, 클라우스 게슈턴. 교단의 쇠락을 불러온 그가 쓸모를 잃은 성녀에게 청혼했다. “이를 통해 저희 안타곤은 배교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성녀님께서는 자유로워지시는 거죠.” 새까만 눈동자와 찬란한 금발의 미남자에게서 십수 년 전 그녀가 구했던 상처투성이 깡마른 소년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아즈니엘이 그 손을 잡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온통 그녀에게 유리한 항목들로만 채워진 혼전 계약서, 거대한 저택, 마르지 않는 금은보화, 과분할 만큼의 호의호식. ‘반드시, 자유로워지실 겁니다.’ 아즈니엘은 소년이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부인께 바라는 건 애초에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절대로 곁을 내주지 않는 남편을 마주하기 전까진. “정말 바라는 게 없는 것……. 맞으세요?” 완벽한 남편이 선사하는 모든 것이 그녀의 목을 조르고 그녀를 말라 가게 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쓸모를 다한 뒤, 아즈니엘은 미련 없이 남편을 떠났다. 그녀에겐 진창 속 구원이었던 이 결혼에서 남편이 얻을 건 이제 없었으니까. 그런데 왜. “제가 아무리 끔찍해도, 제 곁에 살아서 저를 경멸하십시오.” 기어코 그녀를 찾아내 애걸하는 걸까. “제발, 제가 틀렸다고 하지 말아요…….” 그녀의 발아래 엎드려, 섧게 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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