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밴드 ‘오버플로’ 해체 5주년을 맞아 모인 자리. 뜻밖에도 오버플로의 기타리스트, 이안이 그곳에 나타났다. 여전히 비범한 아우라를 풍기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버리는 그가. ‘오늘 시간 있어?’ 그날 이후 담박하기 그지없는 문자로 며칠에 한 번씩 문정을 불러내는 이안. 혹시 그도 그때 일을 기억하는 걸까? “우리 카페엔 왜 가입했어요?” “찾을 게 있어서.” “뭘 찾는데요?” 이안은 으음, 하고 고민에 잠겼다가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Belief.” 빌리프? 확신? “그래서, 찾았어요?” 그 순간 눈 깜빡할 사이에 입술이 부딪쳤다. “……왜?” “왜, 라고 물으면서 네가 방금 떠올린 거. 그게 답이야.”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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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부가 맞닿은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읽는다. 아니, 본다. 아니, 읽고 보고 듣고 느낀다.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감응한다. 그건 내게 매우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감응하는 순간 찾아오는 발작과 기절, 쏟아져 들어오는 상대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폭로의 위험성. 그래서 나는 항상 조심한다. 누구와도 닿지 않게. 아무와도 필요 이상으로 엮이지 않게. 그러던 중, 그 사람을 만났다. “나한테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금전적인 거든, 신체적인 거든, 보다 직접적이고 확실한 걸 요구해.” 내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 피부가 닿아도 괜찮은 사람. “……선배의 시간이요.” 나를 정말로 싫어하는, “제일 질 나쁜 도둑이네…….” 나의 구원자. 표지 일러스트: DARI
영국 밴드 ‘오버플로’ 해체 5주년을 맞아 모인 자리. 뜻밖에도 오버플로의 기타리스트, 이안이 그곳에 나타났다. 여전히 비범한 아우라를 풍기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버리는 그가. ‘오늘 시간 있어?’ 그날 이후 담박하기 그지없는 문자로 며칠에 한 번씩 문정을 불러내는 이안. 혹시 그도 그때 일을 기억하는 걸까? “우리 카페엔 왜 가입했어요?” “찾을 게 있어서.” “뭘 찾는데요?” 이안은 으음, 하고 고민에 잠겼다가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Belief.” 빌리프? 확신? “그래서, 찾았어요?” 그 순간 눈 깜빡할 사이에 입술이 부딪쳤다. “……왜?” “왜, 라고 물으면서 네가 방금 떠올린 거. 그게 답이야.”
메마른 아랫입술을 한 번 물었다 놓은 나는 태연한 표정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 한 번도 안 잤지.” 동요 없이 굳어 있는 운경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느릿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섹스 안 했잖아. 2년이나 사귀면서.” 잠시 말이 없던 운경이 “그런데?” 하고 조용히 되물었다. “할까?” 괴이한 소리라도 들었다는 듯 운경의 얼굴이 일순 아연해졌다. 싫구나. 실망했구나. “미련 남았잖아. 그래서 나한테 지금 이러는 거잖아.” “내가 가진 미련은 그런 게 아닌데.” “내가 가진 미련은 그런 건데.” “후회 안 할 자신 있으면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 정수리 위로 운경의 건조한 음성이 느릿하게 떨어졌다. “그럼 해.” 《생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