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결핍
글김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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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해. 네가 아는 번호 11자리, 그대로.” 온주영이 기억하는 고태열은 말끝마다 욕이 따라붙던, 껄렁하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18살 소년이었다. “앞으로도 평생을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얼굴로 살지. 아니면 옛날처럼 온주영답게 웃으면서 나랑 재밌게 한 번 놀아 볼지.” 메이저리그에 진출에 사이영상을 받고 싶다던 목표를 이룬 태열은 완전히 어른이 되었다.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한 자신과 다르게. 곧게 뻗은 검지가 귀밑부터 천천히 가녀린 목선을 따라 흘렀다. 느리게 아래로 향하는 제 검지를 묘한 시선으로 따르던 태열이 천천히 입을 뗀다. “내가 앞으로 너랑 하고 싶은 건…….” 미세하게 떨리는 주영의 촘촘한 속눈썹 위로 부드럽게 입술이 내려앉았다. 여전히 열기로 가득한 손가락은 목 부근을 지분거렸다. “이렇게 너랑 입 맞추고, 밥도 먹고, 드라이브도 가고 그러다 잠도 자고.” 예전처럼, 그리고 예전에 못 해 본 것들도. 입꼬리를 당겨 올리자 그림같이 잘생긴 얼굴이 주영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네가 웃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거.” 좀 웃어 봐. 못 볼 거 본 거처럼 얼굴 구기지 말고. 중얼거림이 굳어 있는 주영의 입가에 내려앉았다. #재회물 #상처녀 #직진남 #전문직 #신파 #출생의비밀 일러스트 : maybezin(@maybe_z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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