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황녀님이 망할 기사단을 살림
글R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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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이 아등바등 세상을 구하려다, 동료를 하나둘씩 잃고 마침내 파멸하는 피폐 판타지 소설에 빙의했다. 내 역할은 두뇌가 지나치게 청순한 악역 황녀. 남주에게 집착하고 깽판을 치다가, 마물의 습격을 받고 사망함으로써 남주가 속한 기사단의 평판을 나락으로 처박는 고구마 빌런인데……. ‘와, 이건 기사가 아니라 패잔병 같잖아!?’ 나는 기가 막힌 얼굴로, 초췌한 낯의 기사단원들을 둘러보았다. “경들, 고용계약은 제대로 맺은 건가요? 추가근무 수당은? 사고시 보상금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해에 대한 의료지원은?”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황녀님?” 남주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뭐, 한때 어마어마하게 집착했으니 날 경계하는 건 이해하지만. “황녀님이 아니라 행보관님이라고 부르셔야죠.” “아니, 그건…….” “카시아 아스트리드, 오늘부로 푸른 서광 기사단에 행정보급관으로 배속되었습니다.” 나는 떨떠름한 얼굴의 남주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또한, 더 이상 경에게 집착할 일은 없으니 안심하시죠.” 남주의 미모? 집착? 달콤살벌한 연애?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이 세상이 멸망하게 생겼는데! * “자꾸 이러시면, 제가 실.수.로. 황제 폐하께 이번 일을 항의하는 편지를 보낼지도요?” 악녀답게 사령관 집무실에서 깽판도 한 번 쳐 주고, “야, 너희 양말까지 우리 애들이 빨아줘야겠냐? 손 없어? 앙?!” 부조리한 병영문화도 들이받고, “기죽지 말아요, 경들 탓이 아니에요.” 멘탈이 산산조각 난 미래의 구원자들을 열심히 돌봤을 뿐인데. “행정보급관님 만세!” “당신은 우리 기사단을 구원할 신이십니다!” “우.윳.빛.깔. 카.시.아!” ……어째서 우리 기사들이 내 팬클럽이 되어버린 걸까? 게다가. “행보관은 우리를 절대로 못 떠납니다. 아시겠습니까?” 왜 냉정했던 남주까지 눈이 훼까닥 돌아버린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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