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가졌어.” 소혜의 손 안에 쥐어진 건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였다. 결혼 3년차. 드디어 찾아온 아이. “여기, 서 비서가.” 사실을 밝힐 수도 없이 남편이 내뱉는 말은 잔인했다. “사모님, 기뻐하세요. 아들이라네요.” 그의 아이를 가진 건 자신이 아니라 남편의 비서였다. “이 아이는 철저히 우리의 아이로 길러질 거야.” 소혜는 밋밋한 배에 손을 올려보았다. 확연한 현실을 일깨워 주듯 그의 서늘한 눈빛이 손등에 닿았다. “선물이라 생각해도 좋고.” 고재하의 잇새에서 퍼져나오는 당찬 기운은 전신을 휘감아 옥죄는 듯했다. “모든 혜택을 누리는 건 연소혜가 될 거니까.”
2024년 0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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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가졌어.” 소혜의 손 안에 쥐어진 건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였다. 결혼 3년차. 드디어 찾아온 아이. “여기, 서 비서가.” 사실을 밝힐 수도 없이 남편이 내뱉는 말은 잔인했다. “사모님, 기뻐하세요. 아들이라네요.” 그의 아이를 가진 건 자신이 아니라 남편의 비서였다. “이 아이는 철저히 우리의 아이로 길러질 거야.” 소혜는 밋밋한 배에 손을 올려보았다. 확연한 현실을 일깨워 주듯 그의 서늘한 눈빛이 손등에 닿았다. “선물이라 생각해도 좋고.” 고재하의 잇새에서 퍼져나오는 당찬 기운은 전신을 휘감아 옥죄는 듯했다. “모든 혜택을 누리는 건 연소혜가 될 거니까.”
“동정을 가졌다고 순정까지 바란다면 상대를 잘못 골랐어.” 5년 전, 송정우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두통에 잠식돼 몸부림치던 그에게 나타난 여자, 한민서. “차라리 구걸을 해. 적선하듯 너그러이 응해 줄지도 모르니까.” “…….” “종목은 역시, 한민서가 제일 잘하는 거로 하면 되겠군.” 정우는 그녀의 서툰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비서로, 집무실을 벗어나면 어김없이 침대에서 난잡하게 뒹구는 파트너가 되었다. “다리에 힘줘. 더 환장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제발…….” 어떤 의도로 제 밑에 깔려서 울기만 하는 것일까. 한민서를 안을 때마다 차오르는 욕구는 나날이 지독해져만 갔다. “계속 말해 줬잖아. 이 관계는 절대 네가 못 끝내.” 그녀를 향한 소유욕 또한 거친 화마처럼 들끓어 갈 무렵. 갑자기 한민서가 세상에서 증발한 듯 사라졌다. 배 속에 제 아이를 품은 채.
“어디까지 할 수 있는데?” 마신재는 주아현이 사랑한 남자라고 했다. 오래된 인연이라는 수식어를 적나라하게 붙여서. “다요.” “재밌네.” 한기가 전신을 핥고 폐부를 찔러와도 믿으며 버텼다. “그럼 해요.” “뭘.” “결혼이요.” 자존심 따위 내던지며. “향수 뭐 쓰지?” 그의 메마른 조소와. “코가 따가울 지경이야.” 속살거리는 조롱이 난무해도 그를 가지고 싶었다. 온통 진실이 없는 거짓뿐이라도. 거짓조차도 사실이 되어 제 가느다란 발목을 옥죄고 있는지도 모른 채. “우리 계약 없던 거로 해요.” 단단하게 죄여 놓은 끈이 잘려 나가는 건 우습게도 한순간이었다. 가혹한 벌이라도 내리듯 그의 심장을 거머쥐고서. “주아현, 제발…….”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알았다. 사랑은 그녀가 아니라 그가 했다는 것을.
1년도 채우지 못한 결혼생활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봐 주지 않았다. “날 사랑한다는 건 거짓이었나?” 차시언의 냉혹스러운 눈매와 잇새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잔인하도록 자신을 궁지로 몰아갔다. “날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가지려고 했다니.” 음색은 지독히도 낮고 중압감이 느껴졌다. 같은 아픔을 지녔으니 서로는 잘 살리라 생각했다. 각자 품어진 마음은 우습게도 전혀 어우러지지 못했다. “날 고통 속에 밀어 넣고 싶어 결혼한 거잖아, 강희주.” 애정과 증오. 그가 품은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시언 씨의 진심을 알고 싶어요.” 잘난 얼굴은 더욱 선명한 각을 이루며 조소가 어렸다. “내 옆에서 네가.” 순간은 숨조차 함부로 내쉴 수 없었다. “죗값을 치르라고.” 그를…. 사랑해서는 절대 안 되는 거였을까.
[단독 선공개] 뻔한 계약연애는 가라! 이들의 계약은 만남 이전부터였다. 3개월의 짧은 계약직 수행비서가 된 연시은. “대표님?”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백발을 자랑스레 여길 것 같은 대표는 어디에도 없었다. 첫 출근을 대표의 집에 가서 직접 모셔 오라는 강 실장의 말에 겁 없이 침실로 향한 시은은 누워 있는 실루엣만 보고 그에게 홀린 듯 다가서게 된다. 흐트러진 모습조차 넘치도록 남성미를 뿜어내는 HU리조트의 대표 한우진. “너, 누구야?” 서로의 존재도 모른 채 시작한 침대 위에서의 첫 만남은 이성이 배제되어 짜릿하고 야릇했다. “그래서, 좋았나?” 가식 없는 밝은 미소와 정점을 찍는 시은의 보조개가 자꾸 우진의 시선에 잡혔다.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나?” 애써 그녀를 다른 여자처럼 사심 없이 대하려 해도 뜻대로 되지는 않는데. “지금은 비서예요?” “…….” “아님, 여자예요?” 시은도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우진이 쳐 놓은 덫에 걸린 것처럼 헤어 나올 수 없기만 한다! “연시은, 평생 널 계약으로 연장시켜 주지.”
“내 아이라도 가지고 싶었던 거야?” CN그룹의 우월한 핏줄을 전신에 둘렀어도 주목받지 못한 비운의 황태자, 윤도재. 2년간의 시한부 결혼은 서로에게 나쁠 게 없는 조건이었다. “아이를 지우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임신은 확실해?” “네.” “다시 묻지. 내 아이는 확실해?” 아이는 가지지 말 것. 서로 사랑하지 말 것. “쥐 죽은 듯이. 이 세상 아무도 모르게. 도재 씨조차 찾을 수 없게 숨어서 살게요.” “누구 마음대로. 만에 하나라도 내 씨가 맞다면 잘 숨겼어야지.” “이혼해요.” “난 계약 파기할 생각 따위 없어. 이 집에서 도망칠 거라면 서로 힘 빼지 말자고 얘기해 주는 거야.” 순진하게 믿었다. 자신은 몰라도 아이만은 그의 자식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너무도 큰 착각이었다. “우리 아이는, 형의 아이로 자랄 거야.” “절대 안 돼요!” “아이는 또 가지면 돼.” 그의 옆은 변함없이 늪이었다. 발을 디딘 순간 천천히 빠져들어 숨통을 조이고 결국 끊어 놓는. “도재 씨도 내가 느낀 고통을 똑같이 느껴 봐.” 그보다도 더.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 어떠한지를.
“만약 나와 이혼을 하고 싶다면 우리 사이에 아이가 있고 나서야 할 거야.”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랑 없는 결혼을 택했어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넓은 집 안은 좁은 철창과도 같았고 숨이 막혀 왔다. 1년을 진태주의 아내라는 이름만으로 살았지만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선택해요.” “…….” “오늘 나와 함께 잘 건지. 아님.” “…….” “우리의 이혼 조건을 변경할 건지를 말이에요.” 그가 건넨 유일한 조건에 대한 답을 했다. 하지만. “민서연이 필요해.”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더욱 고혹적으로. (15세 개정판)
* 본 도서에는 더티토크,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사랑의 캐비닛 봄밤 “후회할 짓은 하는 게 아니에요.” 호린의 이미 빨간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귓가와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호린의 목소리는 어느새 발발 떨리고 있었다. “후, 후, 후, 후회 안 해.” *** 멘토로 간 모교에서 어릴 적 친구 동생을 만났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저음의 목소리가 어릴 적 코찔찔이와 너무 달라 가슴 한구석이 두근거리는데. “누나, 몰랐죠? 나 누나 진짜 좋아했거든요.” 승호가 활짝 웃었다. 모범생의 음란한 취미 다락방꽃 반듯한 모범생으로 살아온 채윤. 소꿉친구인 서준은 그런 그녀를 ‘연필 냄새나는 재미없는 범생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채윤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었는데…. [SJ12:오늘 마음에 드네. 더 노력해봐.] 유독 도도하게 구는 그를 도발하는 채윤. 그리고 끝없이 울려 퍼지는 문 두드리는 소리와 벨 소리의 뒤에는. “빨리 문 열어.” 악연으로 얽힌 남자가 있었다. 불온한 상사와 여비서의 은밀한 거래 달콤한공주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 비서로 취직한 수진. 아버지의 빚과 병원비를 오롯이 혼자 부담해야 하는 그녀의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간다. 심지어는 사채업자들이 비서실에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기에 이르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버지가 갑자기 수술하는 바람에.” “이렇게 얼굴이 반반하면 더 쉽게 벌 방법이 있다니까.” 당혹스러워하는 수진. 지켜보는 직원들. 거기에서 그녀를 구해준 건. “그 빚이 얼마입니까?” 그녀의 상사, 강준우였다. 하지만 그 구원에는 속내가 있었다. “어서 선택하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무엇이든 대가는 따르니까요.” 선택지 아닌 선택지를 고른 수진. 그와의 은밀한 계약이 성사된다. 결재 바랍니다 신팸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 텅 빈 사무실을 찬찬히 훑어보던 재희의 손이 스커트 안으로 향한다. ‘은 대리님. 너무 좋아요. 더 해줘요, 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남자뿐인 직원들과 난잡하게 관계를 맺는 상상을 하는 이 시간이, 최근 재희가 푹 빠져있는 힐링 타임이었다. 쾌감이 막바지에 다다라 빨라진 손가락 뒤로. “지금, 뭐합니까, 은 대리.” 낮은 목소리가 난입했다. “매일 야근하는 이유가 이겁니까?” 장이현. 국제전략팀의 팀장이자 사무실 내 그 누구보다도 우월한 남자. “보다시피 난 고자는 아니라서.” 이현이 몸을 재희에게로 바짝 들이댔다. 귀 빨간 알바생 월강 카페 「The Forest」. 그곳에 새로 나타난 알바생 이두식은 그 이름의 특이함보다도 뛰어난 미모로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와 역시 그에게 끌리지만, 어림잡아도 다섯 살은 날 것 같은 나이 차에 애써 고개를 내젓는다. “커피, 지금 되죠?”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던 날. 흠뻑 젖은 채 카페를 찾은 다와를, 두식은 가게 안에 들이는데…. *** “그거 알아요?” “뭐…… 뭐요?” “당신 지금…… 뜨거워.” 그는 내 허리를 휘감아 오히려 제 쪽으로 바짝 잡아당겼다. 하체가 밀착되자 내 아랫배로 잔뜩 부풀어 오른 그의 앞섬이 닿았다. 그 순간 똑같은 생각이 뇌 속을 휘돌았다. ‘큰 코…… 큰 성기…….’ 욕구불만 연리 ‘아···. 이번 생은 심주혁 때문에 다 틀려먹었어.’ 잘생기고 능력 좋고 성격도 유순한 머슴 같은 남자. 그런 남자가 바로 곁에 있는데 어찌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올 수 있을까. 다연은 제게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는 원인을 주혁에게서 찾았다. 그러던 중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박 대리가 나한테 고백했어. 안 그래도 요즘 욕구불만 같았는데, 그냥 확 자버릴까 싶기도 하고.” “···김다연.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황당해하던 주혁은, “누구든 상관없는 거야?” “상관없으면?” “내가 대신 너랑 자주려고.” 끝내 다연이 바라던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다연이 정신없이 그의 혀뿌리까지 빨아대자 주혁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너, 내가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고 내 몸만 갖고 싶지?”
“내게서 형수라 불릴 생각을 한 건가.” 아빠로 인해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백서하. 모든 걸 잃고 쫓겨나듯 한국을 벗어났던 허진혁. 둘의 만남은 미래를 알 수 없이 시작됐다. 오로지 서로에게 이끌려 본능만이 존재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의 약혼녀와, 애정 없이 결혼할 수밖에 없는 남자의 동생으로 재회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우리가 함께 침대에서 뒹군 사실까지 숨길 수 있으면.”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예비 형수와 시동생의 관계.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날 수밖에 없는 깊은 운명의 연결고리. “잘 숨겨보세요, 형수님.” 점점 더 조여오는 금지된 욕망은 크기를 부풀릴 뿐이었다. (15금 개정판)
“동정을 가졌다고 순정까지 바란다면 상대를 잘못 골랐어.” 5년 전, 송정우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두통에 잠식돼 몸부림치던 그에게 나타난 여자, 한민서. “차라리 구걸을 해. 적선하듯 너그러이 응해 줄지도 모르니까.” “…….” “종목은 역시, 한민서가 제일 잘하는 거로 하면 되겠군.” 정우는 그녀의 서툰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비서로, 집무실을 벗어나면 어김없이 선을 넘는 파트너가 되었다. “제발…….” 어떤 의도로 울기만 하는 것일까. 한민서를 안을 때마다 차오르는 욕구는 나날이 지독해져만 갔다. “계속 말해 줬잖아. 이 관계는 절대 네가 못 끝내.” 그녀를 향한 소유욕 또한 거친 화마처럼 들끓어 갈 무렵. 갑자기 한민서가 세상에서 증발한 듯 사라졌다. 배 속에 제 아이를 품은 채.
1년도 채우지 못한 결혼생활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봐 주지 않았다. “날 사랑한다는 건 거짓이었나?” 차시언의 냉혹스러운 눈매와 잇새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잔인하도록 자신을 궁지로 몰아갔다. “날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가지려고 했다니.” 음색은 지독히도 낮고 중압감이 느껴졌다. 같은 아픔을 지녔으니 서로는 잘 살리라 생각했다. 각자 품어진 마음은 우습게도 전혀 어우러지지 못했다. “날 고통 속에 밀어 넣고 싶어 결혼한 거잖아, 강희주.” 애정과 증오. 그가 품은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시언 씨의 진심을 알고 싶어요.” 잘난 얼굴은 더욱 선명한 각을 이루며 조소가 어렸다. “내 옆에서 네가.” 순간은 숨조차 함부로 내쉴 수 없었다. “죗값을 치르라고.” 그를…. 사랑해서는 절대 안 되는 거였을까.
“말해 봐요. 오늘은 살려 주지 않아도 되는지.” 당장의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이름도 모르던 남자의 손을 먼저 필요로 한 것은 저였다. “사례는 얼마나…….” “내 애인이나 합시다. 어차피 나도 그쪽이랑 뒹구는 놈 된 마당에.” 하지만 또다른 지옥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면 그때도 똑같이 남자에게 살려 달라 빌었을까? “두 번이나 구해 줬으면 결혼 정도는 감사히 받아들여야 맞겠죠.” “…….” “적당히 봐서 이혼해 줄 테니 다른 마음은 먹지 말아요. 경고 아니고. 협박.” 셋이서 하는 결혼 생활. 문 하나를 두고 들려오는 여자의 야릇한 목소리. 조건에 의한 부부라지만 지환에게 마음을 준 나정에게는 이전 삶보다 더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손나정 씨. 내가 침대만 내어 준 것 같습니까. 내 아내면 아내답게 굴어요.” 하지만 그의 아내 역할은 제가 감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 제게 돌아온 것은 그의 차가운 집착이었다. “제발 날. 놔주세요.” “그럴 수가 없는데. 네 남편은 죽어서도 나니까.” 촘촘히 짜인 그물로 이루어진 그의 영역에선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소용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다시 말해 봐.” 묵직한 시계가 장태서의 손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관계를 맺기 위한 전조 증상처럼, 그 모습을 볼 때면 인아의 심장 모퉁이가 잘려 나가는 것만 같았다. “오늘이 함께하기 좋은 날이라고…….” “아들이라도 들어서기라도 한데?” 1년간 보아 온 냉소인데도 눈앞에서 마주할 때마다 주변 공기조차 숨죽여 들이마셔야 했다. 절대 속마음을 들켜서는 안 됐다. “딱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고도 했겠고.” 그의 입술 끝은 여지없이 서늘하게 말아 올라갔다.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설명해 줬나?” 인아는 그의 피가 섞인 아이를 낳아 주고 먼지처럼 사라져야만 했다. 장태서는 절대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