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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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 및 고문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므로 도서 이용에 주의 부탁드립니다. 부하가 민간인에게 심한 고문을 했고, 윗선에서는 그 일을 덮기로 했다. 피해자를 죽이는 방법으로. ‘모, 몰라요. 정말이에요….’ 주여운은 사망한 것으로 보고를 올렸다. 결정에 후회는 없었다. 명령 불복종을 택한 자신이 낯설기는 했다. 그간 늘 정의로웠던 것도 아닌데. “네가 받았던 심문은 잘못됐어. 일반인한테 그런 식의 심문은 옳지 않지. 우리 측 실책이야. 내가 팀장이니 내 책임이고.”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다가 멀어지길 반복했던 그 시간. …실책? “허으, 흐, 으….” “난 널 보호해야 돼. 여기서.” “…그, 그냥. 괜찮으니까, 지, 집에 보내 주시면.” “주여운. 넌 죽은 거야. 미안하다. 무서워서, 포기하고 싶으면 나한테 맡겨.” * “그럼 반말….” 말을 내뱉고 나서는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백건혁 앞에서 더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반말, 할게?” “…….” “하, 한 살 차이에는 원래 존댓말 안 해.” 백건혁은 주여운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를 올려다보던 눈동자가 살짝 비켜 나갔을 때 입을 열었다. “우리가 통하는 게 좀 있네.” 덤덤히 내뱉은 말에 동그란 눈동자가 다시 흘금 그를 쳐다보았다. “나도 위아래 나누고 그런 거 딱 질색이야. 몇 살 차이로 왜들 그러나 몰라.” 그치, 하고 눈을 맞추자 주여운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뺨이 상기된 채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얼굴을 보며 백건혁은 슬쩍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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