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운명이라면
작가버터앙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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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제국의 황제 마르실리아. 그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통치자였지만 단 한 가지, 자신의 신명을 가진 반려를 10년간 찾지 못했다는 흠이 있었다. 그러던 중 제국의 강력 범죄자들을 모아둔 아릭토 수용소로부터 들려온, 한 가문을 끔찍하게 참살한 흉악범에게서 황제의 신명이 발견되었다는 소식. 마르실리아는 열일 제쳐 두고 달려갔지만 겨우 찾은 반려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듯했다. 심지어 그는 마르실리아의 반려가 되길 거부하고 죽기만을 바라는데…. 남들에게는 축복인 신명의 상대가 왜 저에게만은 이렇게 저주처럼 느껴지는가. 한편, 마르실리아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반려, 유자하. 그는 모종의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고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의지가 없었다. 입 속에서 황제의 신명이 발견된 탓에 억지로 삶을 이어가게 된 게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판단을 가장 흐리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마르실리아, 그였다. *** 「울어?」 그가 뜨겁고 커다란 손으로 자하의 한쪽 볼을 감쌌다. 자하는 저도 모르게 그 뜨거운 체온을 향해 고개를 기댔다. 이상하게 그다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위로가 되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을 남자는 천천히 자하의 볼을 쓰다듬었다. 길고 두꺼운 엄지가 살살 움직이며 보드랍게 볼을 쓸었다.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자하는 눈을 찌푸린 채 웃었다. 그의 손이 익숙하다고 느껴지는 자신이 이상해서, 눈치를 보듯 제 얼굴을 살피며 조물거리는 그가 웃겨서. 자하는 인정했다. 그가 퍽 점잖은 성품이고, 나름대로 다정하다는 것을. 그게 비록 자신이 신명의 상대이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해도, 지금 자하에게는 퍽 위로가 되고 있다는 것도. ‘나는 죽고 싶어.’ 자하가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전해지지 않을 말을 입에 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의 위로를 느꼈어도 그 상실감은 아직도 너무나 컸다. 상처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채 제 가슴에서 여전히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아주 잠깐, 살고 싶기도 해.’ 자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죽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가도, 간혹 무언가에 만족할 때면 혹여 아직도 살고 싶은가 고민했다. 답이 나오지 않는 이 고민을 자하는 내내 홀로 가슴에 담았다. 속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가슴 속에 꾹꾹 내리눌렀다.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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