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원나잇부터
작가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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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랑 떡 친 다음 날 뻔뻔하게 결혼을 전제로 사람도 소개받고. 박 교수님도 아셔? 나 따먹고 도망간 거.” 도승재의 도발적인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가 상사라는 사실도 망각하고 눈을 치켜떴다. “따먹다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그렇잖아. 점잖게 표현한다고 어제 우리가 했던 짓이 점잖아져?” “성인 남녀가 술에 취해 실수한 거예요. 오늘 자리는 전에 약속했던 거라 취소할 수가 없었고요. 그리고 제가 대표님을 따먹다니요? 서로 동의하에 한 건데.” “엄밀히 말해서 송혜림이 날 따먹은 게 맞지.” 승재가 혜림의 턱을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그의 손길에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난 송혜림 씨 보지 속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끝났는데.” 혜림은 눈을 깜빡였다. 승재의 얼굴 위에서 질펀하게 하반신을 비벼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가 삽입했던 건 기억에 없었다. “그럼……?” “송혜림만 재미 보고 도망간 거니 이게 따먹은 거 아니면 뭐겠어?” 덕분에 벗어날 구멍이 생겼다. 온몸이 정액으로 더러워져 있어 막연하게 끝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필름이 끊긴 게 아니라 삽입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었다. 혜림은 승재의 손을 툭 밀어냈다. “대표님 입으로 말씀하셨죠? 판례에 의하면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섹스를 인정하는 건 ‘삽입’이 시작되었을 때라는 거 아시죠? 삽입시설(揷入時說)에 의하면 우린 섹스한 거 아니네요. 그러니 섹스 미수(未遂) 가지고 이러지 마세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는 승재를 뒤로한 채 혜림은 판례를 인용하고는 꼬리를 내뺐다. 잠시 후, 도승재가 다시 잔뜩 열 받은 얼굴로 다가왔다. ***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낸 남자가 하필 동정남이다. 하필 집착남이다. 하필…… 대표님이다?! “혜림아. 내 입술에 보짓살 좀 비벼달라고.” 결혼 경력 없는 여자 변호사에게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며 돌아서는 의뢰인들. 이혼 전문 변호사 시장에선 결혼 경력도 필수 스펙이라는데. “남자 변호사는 미혼이어도 사건 수임 잘만 하는데 여자 변호사는 아니잖아. 남자 변호사가 결혼 안 한 건 열정, 패기, 젊음으로 포장되지만, 여자 변호사가 결혼 안 한 건 경험 부족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데 어쩌겠어. 결혼도 스펙이면 결혼해야지.” 성공을 위해 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미혼이라는 사실이 성공의 방해물이라면 가치관을 바꾸는 수밖에. 그런데 어째서…… 곁에 꼬이는 건 집착하며 뒤를 쫓는 동정 잃은 미친 대표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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