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미궁
작가대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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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니아의 공주, 네가 신의 무녀인가?” 대륙의 침략자는 뚫어질 듯 그저 들여다만 보았다. 칼을 댄 것도 아니고 저 무뢰한 오라비마냥 옷가지를 헤집은 것도 아니다. 그는 그저 뚫어질 듯 이카릴을 잡아챈 채 들여다보았다. 냉소적이고, 잔인하고, 냉혹하며, 지독히 탐욕적인 저 미동 없는 푸른 눈. 하지만, 시선으로 범해지는 듯한 기분을 그녀는 처음 알았다. “당신, 나한테 왜 이래……?” “꽃을 꺾는 데 이유는 필요 없지.” 언제나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다. 처절하고 간절하게. 하지만 고향도 제국의 황궁에서도 그녀를 약탈하려는 남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잠들 때나, 음식을 씹어 삼킬 때나, 딴 계집을 안을 때도. 심지어 사람 죽이면서도, 정신 나간 듯이 너만 생각했어.” 남자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미쳤다, 저 남자는! 미쳤어! 미쳤다고! 순간 사내가 중얼거린 말이 귓가에 대고 박는 것처럼 음험하게 울렸다. “날아가 버리면 날개를 꺾어 버릴 거야.” 넌 영원히 내 품에서 울어야 돼. 새장 속 하얀 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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