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여도 좋습니다
작가이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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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말도 안 되게 꼬인 남자한테 꽂혔다! 평범한 그녀, 남새연. 졸업 논문을 위해 불러들인 잔망스러운 무당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얼굴 되게 빨개요. 설마 나 때문에 빨개진 거 아니죠?”라거나, “연애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 입술 가도 돼요?”라거나, “왜 늦바람이 무섭다고들 하는지, 이제 알겠다. 첫 키스예요. 나 잘했어요?”라거나! - 자꾸 사람 들었다 놨다 하지 말죠? 진짜 눈 딱 감고 엉겨 붙는 수가 있으니까! 그는 이 여자가 빨개지는 게 좋았다.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특별한 그, 강도영! 호기심에 불러들인 여자에게 사춘기 때도 관심 없던 성(性)에 눈뜨다! “나 빨개진 거, 강도영 씨 때문 맞아요.”라거나, “그래요! 저 이 남자 좋아해요!”라거나, “사귀면 보통 손부터 잡아요! 입술부터 오는 게 아니라.”라거나! - 여기가 거기죠?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데. 이 카테고리에는 말이죠, 귀신과 사건과 미스터리와 사랑이 있습니다! 호러여도 좋습니까? *** 사실은 알고 있다. 감정을 시작하는 일은 굉장히 쉽다. 사랑이 많아서가 아니다. 사람이니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우니까. 외롭지 않기 위해 내 손을 꼭 잡아 줄 누군가를 찾기 마련이었다. 그건 본능이었다. 또한 감정을 쌓는 일도 굉장히 쉽다. 이 사람이 좋아, 하고 생각한 순간 봇물 터지듯 감정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 사람을 좋아할 까닭이 그 순간 너무도 많아진다. 키가 커서, 손가락이 예뻐서, 웃음이 많아서, 아무거나 다 잘 먹어서, 스포츠 시계가 잘 어울려서, 목소리가 낮아서…. 별 같지도 않은 소소한 많은 것들이 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고 전부가 된다. “이제 괜찮죠?” 짓궂지만, 밉살맞은 말을 골라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상냥하다. 날카로운 가시 속은 이토록 온유하다. 그래서 이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사랑을 한다는 건 그렇게 순식간에 사람을 휩쓸어 버린다. 감정이 가지는 힘은 그렇게 강력했다. “…처음부터 괜찮았다니까.” “끝까지 거짓말이다.” 마주 웃는 얼굴에 걸린 인디언 보조개가 눈에 와 쏙 박혔다. 망했다. 말도 안 되게 꼬인 남자한테 꽂혔다. 대체 왜?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지만, 이미 쌓이기 시작한 감정은 수십 개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열거할 것 같다. 그래서 새연은 이유를 따져 보려는 걸 그만두었다. 사람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만한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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