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작가황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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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의 종이책 천적은 2011년 4월 29일에 출간되었습니다. 본편 웃는 법조차 잊어버린 남자 호인. 파혼의 상처가 아직 남은 여자 무정. 이미 메말랐다고 생각한 호인의 마음은 우연히 만난 무정에게 끌리기 시작하는데…. “낮엔 당신이 뭘 하는지 궁금하고, 밤엔 당신 얼굴이 천장에 붙어 있었어. 좀 괴롭더군. 너무 자꾸 생각나서.” *** 어느새 예의 그 무뚝뚝한 어조를 되찾은 호인이 머리칼을 치워 주는 척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마치 불을 붙이는 것 같다. 그의 손이 스치는 살갗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난 당신 말고는 관심 없어.” “…….”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모양이야’라고 했던 그때와 흡사한 퉁명스러운 그의 말에 심장이 꽉 조여든 그녀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신호인 이 남자는 그녀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게 주특기인 것 같다. “당신 말고는 신경 안 써.” “…….” 여전히 퉁명스러운 목소리. 그런데도 마치 은밀한 고백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더 조여든다. “당신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외전 “이주민 씨.” “네?” 테이블 건너에서 들려온 이름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치켜들며 대답한 주민은 흠칫했다. 맞은편에 앉은 맞선 상대가 어딘지 낯이 익다. 턱 위로는 제대로 쳐다보지 않아 몰랐는데 분명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후다닥 기억을 헤집어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다. 그렇다고 마주 앉은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너와 내가 어디서 만난 적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뭣하다. 젠장, 텁텁한 음식을 먹고 양치를 못 한 것처럼 찝찝하다. 그런데…. “이주민 씨, 나랑 살래요?” “……!” “유강현. 서른셋. 군필자. 직장인. 지병 없음. 비흡연자.” 고작 그게 다였다. 그나마 그 빈약하기 그지없었던 자기소개에서 들은 이름으로 그의 정체를 알아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아나운서, 유강현. 전속 모델로서 무정이 운영하는 대정패션 매장의 벽면을 당당히 도배하고 있는 남자. 그래서 그렇게 낯이 익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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