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낙원은 있다
작가천이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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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까, 죽을까.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만난 남자는 뭐랄까, 괴상했다. 눈동자는 한껏 색에 취해 있어 농염한데, 얼굴엔 따분함이 겉돌고 있었으니까. "여기 사람들은 사람 패는 게 취미에요?" "적어도 나는? 뭐, 보셨다시피." 내 어떤 도발에도 남자는 시종일관 웃는 태도였다. 그 붉은 입술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날 아찔하게 했다. 적의를 드러낼수록 진해지는 보조개를 보며 난 확신했다. 결이 다른 부류라고. 저놈이 진짜라고. "이름이 뭐야?" 그렇기에 알려주고 싶었다. "전 안 궁금한데. 그쪽 이름." 나도 당신만큼 뒤틀린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그쪽도 궁금해하지 마요." 허울뿐인 이름 따위 필요 없는 시간이었다. ***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미쳤어. 그쪽, 흐, 진짜 미친 새끼야." 눈을 홉뜨자, 그의 고개가 삐딱하게 떨어졌다. "알면서 자꾸 까부는 넌 뭐야?" "뭘 거 같은데?" "으응. 내 식대로 말해줘?" 그의 얼굴이 귓가로 내려앉았다. "나한테 박히고 싶어서 안달 난 애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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