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어느 날, 주신께서 응답하셨다. 선택받은 자에게 힘을 주겠노라고. 예언대로 기적을 행하는 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새로운 권력층을 형성하며, 비선택자의 위에 올라섰으나 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이들을 덮친다. 극대화된 감각이 그들의 신경을 갉아 먹어 흉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답은 오직 ‘치료제’라 불리는 이를 하루빨리 찾을 수 있길 고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는 선택받은 자 중 가장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하는 카스티아 공작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 “저런…… 춥니, 클로이?” 위로하는 말은 어쩐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드러난 나신을 파헤칠 것처럼 쳐다보는 붉은 눈동자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답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그녀를 공중에 띄워 올린 에녹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클로이, 오늘은 새로운 걸 배워 보자꾸나.” 그는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삼켜 버릴 생각이었다. 원래부터 제 것이었으니, 제가 모든 것을 품는 것이 옳다.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클로이는 다리를 활짝 벌려 그의 눈앞에 보여야 했다. “에, 에녹 님…….” “쉬이, 괜찮다. 단지 확인을 하려는 것뿐이니까.” 너무 쉽게 생각했다. 안일했다. 그는 또 다른 대책을 대비해야 했다. 그 전에, 그녀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자아, 네 손으로 직접 보지를 벌려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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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만 보는 시선들이 지겨웠다. 제멋대로 가면을 씌운 뒤,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강제로 쓴 가면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어김없이 실망한 눈초리가 따라왔다. 그것이 점점 버겁게 느껴질 때쯤, 그녀를 만났다. 레일라 폰 에스테. 제국에서 유일한 극우성 오메가로 태어났으나, ‘신이 버린 비운의 오메가’라는 추문에 휩싸여 있는 여자.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우중충하고 엉망인 흑발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빛나는 눈동자는 불쌍하게도 앞을 보지 못했다. 그녀에겐 안타까운 일이 맞으나, 나에게는 그녀의 불행이 유일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완벽한 나의 오메가였다. ……영원히, 그래야만 했다. 감히 제 곁을 벗어날 생각을 하는 그녀를 잡아다가 가두는 한이 있더라도.
외모만 보는 시선들이 지겨웠다. 제멋대로 가면을 씌운 뒤,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강제로 쓴 가면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어김없이 실망한 눈초리가 따라왔다. 그것이 점점 버겁게 느껴질 때쯤, 그녀를 만났다. 레일라 폰 에스테. 제국에서 유일한 극우성 오메가로 태어났으나, ‘신이 버린 비운의 오메가’라는 추문에 휩싸여 있는 여자.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우중충하고 엉망인 흑발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빛나는 눈동자는 불쌍하게도 앞을 보지 못했다. 그녀에겐 안타까운 일이 맞으나, 나에게는 그녀의 불행이 유일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완벽한 나의 오메가였다. ……영원히, 그래야만 했다. 감히 제 곁을 벗어날 생각을 하는 그녀를 잡아다가 가두는 한이 있더라도.
예지력을 지닌 신비의 일족, 분홍 토끼족. 어느 날, 오지에서 평화롭게 살던 그들을 황금 사자족이 납치해 간다. 그 참혹한 현장을 뒤늦게 알아차린 루비는 일족을 구하기 위해 검은 늑대족을 찾아가는데……. * * * 검은 늑대족의 수장, 이반. 일족 모두에게 존경받는 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젠장!” 그는 오늘도 밤마다 나타나 괴롭히는 것을 피해 뒷산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당황으로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던 이반이 순간 장애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물컹한 것을 밟아 버렸다. “윽!” 균형을 잃은 것도 잠시, 민첩한 순발력과 낙법 덕분에 다치지 않고 착지에 성공했지만, 결국 그를 괴롭히던 존재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꺼져, 다가오지마!” 누구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강제로 절정에 이르기 직전, 붉은 눈을 가진 무언가가 그를 향해 빠르게 기어 오는 것이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산발이 된 머리카락, 붉은 눈동자의 루비를 보고 기겁한 이반이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나무에 막혀서 피할 수가 없었다. 덥석. “미친, 안 놔?” 기겁해서 굳어버린 이반과 다르게 루비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당근을 바라보며 힘차게 외쳤다. “맛있는 당근, 잘 먹겠습니다!” 앙-. “아아악!” “헤헤, 당근…….” 처절한 비명과 만족스러운 단말마가 한데 어우러졌다. #영능력으로는 먼치킨 여주 #하지만 작고 귀엽고 당돌한 #본능에 솔직한 여주 #일처다부제 분홍 토끼족 #세상에서 당근이 제일 좋아 #피지컬로는 최강 남주 #하지만 귀신이 너무 무섭고 #어쩌다 토끼를 주워 버렸는데 #꽤 귀엽다 #평생 한 명의 반려만 바라보는 검은 늑대족 #세상에서 루비가 제일 좋다
첫사랑이었던 남편을 구하는 대가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죽음을 맞이해서야 미련스럽게 잡고 있던 연심을 후련히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눈을 뜨니 다른 사람 몸에 들어와 있는 걸까? 심지어 책빙의를 했네? 그런데 왜 전생의 남편이 이곳에 있는 거지? 그것도 여주에게 집착하다가 종내엔 메인 남주인 황태자를 반역하게 될 서브남 S급 에스퍼가 그라고? 거기다 왜 나까지 가이드 능력이 다시 발현된 거야? ……아, 몰라. 사별했으면 이혼이나 마찬가지지, 뭐. * * * “내 아내의 가이딩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어?” 어째서 당신이 나를 기억하는 걸까. 왜 여주가 아닌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그런, 집착과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당신, 그런 남자 아니었잖아.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나를 주시하며 유유히 다가왔다. 마치 사자가 먹잇감을 모는 것처럼 느릿느릿하면서도 우아했지만, 갈증과 허기짐이 묻어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커다란 손이 파르르 떨면서 턱부터 감쌌고 엄지로 다소 거칠게 내 입술을 문질렀다. 익숙한 행위에 길들여진 오싹함을 느꼈다. 그는 가이딩을 받아 갈 때 꽤나 거친 편이었다. 희열이 가득한 그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하아…….” 맨살이 닿아 절로 가이딩이 실행되자, 그는 짙고 묵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뜨겁고 진득한 숨결이 내 눈가와 입술에 척척하게 달라붙었다. 뜨거운 손이 등허리에 닿았고 이내 내 몸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와 완전히 밀착한 나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짙푸른 눈동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시선을 옭아맸다. 코끝이 닿는 거리에서 그가 입술을 붙일 것처럼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면서 읊조렸다. “한참 찾았잖아, 여보.”
“계약 결혼을 이행하겠습니까?” 오메가이자 로즈우드 백작가의 사생아, 멜리사. 유일한 제 편이자 가족인 어머니가 죽었다. “……여긴 백작님의 장례식장이 아닙니다.” “페로몬이 너무 옅어서 확실하지 않았는데, 오메가가 맞았군요.” 가문을 위해 희생하라며 늙은 후작의 후처로 가야 할 처지에 놓인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를 건넨 이안을 찾아가게 된다. “계약 조항은 아주 간단합니다. 후계자가 될 재목을 갖춘 알파를 낳아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계약 결혼은 달콤한 독주와도 같았다. 제 목숨을 갉아먹으리란 걸 알면서도 달콤함에 중독되어 헤어 나올 수 없는.
※본 도서는 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나만 없어, 고양이’를 외치던 시아는 길고양이를 쫓다가 함께 차원 이동을 해버렸다. 그녀가 온 곳은 고양이 수인의 나라, 펠레스 제국. 낯선 곳에 떨어져 두려웠던 것도 잠시, 고양이 천국에서 만끽하며 지낸다. 그러다 도도히 까맣게 빛나는 수컷 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 *** 그녀는 제 품에 얌전히 안겨 저를 응시하는 고양이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에서 많은 고양이를 봤지만, 두 가지 색의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는 처음 보았다. “까만 털에 오드아이라니. 너, 너무 매력적이다.” 시아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품에 있는 고양이를 들어 올려 시선을 마주했다. 고양이면서 몹시도 잘생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무심코 쪽 뽀뽀를 해버렸다. 녹스의 금색과 푸른색의 눈동자가 황당함으로 커다랗게 벌어졌다. “헤헤, 너무 잘생겨서 나도 모르게 뽀뽀해 버렸네?” 그는 아까부터 황당해서 제대로 반응을 할 수 없었다.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오늘 하루에 다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처럼 잘생긴 고양이의 집사가 될 수 있다면 내 월급을 모두 탕진할 자신이 있어. 제발 나랑 같이 살아줄래?” 늘 그랬듯이 고양이에게 청혼하듯 허락을 구하던 시아는 자신의 말에 고양이의 꼬리가 수직으로 바싹 섰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아는 알지 못했다. 지금껏 그녀가 만난 고양이들이 사실은 동물화로 변신한 고양이 수인이라는 것을. 또 그들의 귀여운 외양 이면에 있을 처절한 야생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의 말에 놀란 녹스는 잠시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취해 눈을 감았다.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으나, 결정은 금방이었다. 녹스는 길게 우는 것으로 대답했다. 허락하겠노라고. 나와 함께 사는 것을. 일러스트: serone
※본 소설은 암수·자보 드립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넓은 초원에 알록달록한 들꽃이 봉오리를 피울 봄이 찾아오면, 아이린은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흐읍…….” 은밀한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간지러운 감각. 발정기가 시작되면 일주일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지만, 더욱 괴로운 점은 발정기를 함께 보낼 수컷 한 마리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편 녹스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달콤한 향기를 맡았다. 발정 난 암컷의 체향. 쓰러져 있는 아이린의 로브를 젖히자,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렸다. 굳게 맞물려 있던 그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암컷 수인이라……. 나와 함께 가자.” * “기특하기도 하지. 벌써부터 제 수컷을 챙길 줄 알고.” 만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소유욕을 드러내는 그의 파렴치함은 눈치채지 못하고 아이린이 달뜬 숨을 내뱉으며 말을 걸었다. “정, 정말?” 정말로 수인이 맞느냐. 내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냐는 되물음이었지만, 녹스는 찰떡처럼 자기 식대로 해석했다. “그럼, 내 동정을 바칠 암컷인데, 당연히 혼인을 올려야겠지.” 그러면서 웃었다. 아주 사납게. “오늘이 첫날밤이라고 생각해.” “흐응…….”
온갖 악행을 저지른 후 처형당한 레아. 과거로 돌아온 그녀는 이번 생은 오직 ‘그’만을 위해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속죄를 위해서라면 제가 가진 것을 모조리 꺼내 바칠 수 있었다. 돈, 지위, 가이딩 능력. 심지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도……. * * * 한계에 몰린 그녀의 머릿속에 사라진 과거부터 현재의 일까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꾹꾹 누르고 있던 죄책감과 괴로움이 둑이 무너지듯 터져 버렸다. “죄송해요. 정말 잘못했어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면서 그녀는 무작정 빌었다. “무엇을?”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도 칼릭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단단히 다물렸던 입매가 느슨하게 풀렸다. “전, 전부 다요.” 그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까지 포함하여 전부 다. “아니지, 레아.” 칼릭스가 그녀의 말을 부정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마치 그의 모습은 사냥감을 몰이하는 듯 신중했다. “너의 잘못은.” 말을 건네며 그녀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는 잘게 떠는 둥근 어깨에 손이 닿기 무섭게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동안 네 정체를 숨겼다는 거야.” 제 품에 레아가 들어온 후에야 나른한 웃음을 흘린 그는 독점욕과 희열로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망치느라 오랜 시간 달리는 바람에 체력의 한계가 찾아온 레아는 사나운 분위기에 눌려 저도 모르게 여우 귀의 변신을 풀고 말았다. “감히 괘씸하게도, 원래부터 내 것이었으면서.” 그가 손끝으로 레아의 여우 귀를 어루만지며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목줄의 펜던트를 짙게 응시했다. 그가 이 여우의 주인이라는 증표의 펜던트를.
※본 작품은 개정판입니다. 개정 이전 작품의 제목은 그 뱀파이어의 야릇한 미식이며, 작가님께서 사용하신 필명은 ‘홍연유’입니다. 작품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그날따라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맞은편 이웃의 집 앞에는 분리 안 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고민 끝에 대문에 조그맣게 나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누, 누구, 세요?” 대문이 벌컥 열리며 등장한 집주인은 매우 작은 여자였다. 끅, 끅, 숨을 삼키는 소리에는 물기가 가득 어려 있었다. 그리고 지독한 술 냄새 사이로 관능적으로 피어오르는 달콤한 피 냄새. 그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움직인다는 듯 느리게 뛰던 심장이 마치 반가운 이를 맞이하는 것처럼 거칠게 요동쳤다. 오로지 그만을 위해 만든 디저트처럼 농밀하고 치명적으로 달아빠진 혈 향(血香)이었다. 운명의 반려와의 첫 만남이었다. * “내가 수작 부리고 있는 거라고, 윤태이 씨에게.” 놀라 멈췄던 태이의 호흡이 맞닿은 시현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뜨거운 살덩이를 찾아내 휘감았다. 신경이 바짝 타올랐다. 혀로 그녀의 입 안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듯이 샅샅이 쓸었다. 송곳니를 꺼내어 살짝 찔러서 맛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놀라지 않게 다가갈 생각이었다. 그녀를 한낱 먹잇감으로 취급할 순 없다. 천천히 그녀의 모든 것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미 그녀는 자신의 것이라고, 그리 정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렉시온은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때도 저런 표정으로 똑같은 말을 했었다. “듣고 싶지 않아.” 본능적으로 그녀의 말을 거부했지만, 담담한 말이 조용한 공간을 울렸다. “우리 이혼해요.” “…….” 렉시온은 큰 충격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녀만 응시했다. “그리고 마리를 제가 고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처리해 주면 좋겠어요.”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은 두고 간다면서 고용인은 데려간다는 말에 배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아니, 격한 질투심을 느꼈다. “……안 되겠는데?” 이를 악문 듯 억눌린 목소리에 로즈슈네는 당황해 뭐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도 이혼을 바랄 줄 알았으니까.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시리게 푸른 눈동자가 날카롭게 부딪혔다. 잠시간 말없이 직시하던 그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와 허리를 감쌌다. 갈증으로 메마른 푸른 안광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포식자처럼 사납게 빛났다. “놓아주면…….” 잠시 말끝을 흐리던 그가 이어 말했다. 잔뜩 분노가 실린 음성으로. “어떤 알파한테 가려고? 그 꼴을 내가 두고 볼 것 같나?” 그는 두 팔로 그녀를 구속하듯이 감싼 뒤에 읊조렸다. “넌 내 오메가야. 영원히.” 이내 옭아매듯이 끌어당긴 그가 거칠게 입을 맞췄다. 건조한 입술이 다급하게 벌어지며 갈급하게 제 욕망을 채우기 시작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렉시온은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때도 저런 표정으로 똑같은 말을 했었다. “듣고 싶지 않아.” 본능적으로 그녀의 말을 거부했지만, 담담한 말이 조용한 공간을 울렸다. “우리 이혼해요.” “…….” 렉시온은 큰 충격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녀만 응시했다. “그리고 마리를 제가 고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처리해 주면 좋겠어요.”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은 두고 간다면서 고용인은 데려간다는 말에 배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아니, 격한 질투심을 느꼈다. “……안 되겠는데?” 이를 악문 듯 억눌린 목소리에 로즈슈네는 당황해 뭐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도 이혼을 바랄 줄 알았으니까.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시리게 푸른 눈동자가 날카롭게 부딪혔다. 잠시간 말없이 직시하던 그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와 허리를 감쌌다. 갈증으로 메마른 푸른 안광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포식자처럼 사납게 빛났다. “놓아주면…….” 잠시 말끝을 흐리던 그가 이어 말했다. 잔뜩 분노가 실린 음성으로. “어떤 알파한테 가려고? 그 꼴을 내가 두고 볼 것 같나?” 그는 두 팔로 그녀를 구속하듯이 감싼 뒤에 읊조렸다. “넌 내 오메가야. 영원히.” 이내 옭아매듯이 끌어당긴 그가 거칠게 입을 맞췄다. 건조한 입술이 다급하게 벌어지며 갈급하게 제 욕망을 채우기 시작했다.
※본 소설은 암수·자보 드립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넓은 초원에 알록달록한 들꽃이 봉오리를 피울 봄이 찾아오면, 아이린은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흐읍…….” 은밀한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간지러운 감각. 발정기가 시작되면 일주일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지만, 더욱 괴로운 점은 발정기를 함께 보낼 수컷 한 마리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편 녹스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달콤한 향기를 맡았다. 발정 난 암컷의 체향. 쓰러져 있는 아이린의 로브를 젖히자,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렸다. 굳게 맞물려 있던 그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암컷 수인이라……. 나와 함께 가자.” * “기특하기도 하지. 벌써부터 제 수컷을 챙길 줄 알고.” 만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소유욕을 드러내는 그의 파렴치함은 눈치채지 못하고 아이린이 달뜬 숨을 내뱉으며 말을 걸었다. “정, 정말?” 정말로 수인이 맞느냐. 내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냐는 되물음이었지만, 녹스는 찰떡처럼 자기 식대로 해석했다. “그럼, 내 동정을 바칠 암컷인데, 당연히 혼인을 올려야겠지.” 그러면서 웃었다. 아주 사납게. “오늘이 첫날밤이라고 생각해.” “흐응…….”
첫사랑이었던 남편을 구하는 대가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죽음을 맞이해서야 미련스럽게 잡고 있던 연심을 후련히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눈을 뜨니 다른 사람 몸에 들어와 있는 걸까? 심지어 책빙의를 했네? 그런데 왜 전생의 남편이 이곳에 있는 거지? 그것도 여주에게 집착하다가 종내엔 메인 남주인 황태자를 반역하게 될 서브남 S급 에스퍼가 그라고? 거기다 왜 나까지 가이드 능력이 다시 발현된 거야? ……아, 몰라. 사별했으면 이혼이나 마찬가지지, 뭐. * * * “내 아내의 가이딩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어?” 어째서 당신이 나를 기억하는 걸까. 왜 여주가 아닌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그런, 집착과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당신, 그런 남자 아니었잖아.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나를 주시하며 유유히 다가왔다. 마치 사자가 먹잇감을 모는 것처럼 느릿느릿하면서도 우아했지만, 갈증과 허기짐이 묻어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니,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커다란 손이 파르르 떨면서 턱부터 감쌌고 엄지로 다소 거칠게 내 입술을 문질렀다. 익숙한 행위에 길들여진 오싹함을 느꼈다. 그는 가이딩을 받아 갈 때 꽤나 거친 편이었다. 희열이 가득한 그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하아…….” 맨살이 닿아 절로 가이딩이 실행되자, 그는 짙고 묵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뜨겁고 진득한 숨결이 내 눈가와 입술에 척척하게 달라붙었다. 뜨거운 손이 등허리에 닿았고 이내 내 몸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와 완전히 밀착한 나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짙푸른 눈동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시선을 옭아맸다. 코끝이 닿는 거리에서 그가 입술을 붙일 것처럼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면서 읊조렸다. “한참 찾았잖아, 여보.”
여중, 여고, 여대. 착실하게 수녀원 코스를 밟고 있던 유나는 재수없게도 갑자기 발생된 게이트에 의해 던전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의 던전 안에서 빛이 나는 고사리를 먹으며 생명을 연장하던 그녀의 앞에 한 에스퍼가 나타나는데……. “이것들아, 다 뒈져 버렷!” 틀림없이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유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달려갔지만, 어딘가 이상한 에스퍼의 행동에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선량한 시민을 구해 주는 히어로 같은 에스퍼가 흰자가 보이도록 눈을 까뒤집고서 몬스터들을 도륙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짜증나게 왜 물에서 서식하고 지랄이람. 인어공주 납셨네, 어?” “…….” “어라? 사람이 한 마리 있네? 설마 인간형 몬스터인가?” “몬, 몬스터라니! 무슨 그런 심한 욕을…… 하세요?” 그러나 흉흉한 광경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 쓴 채,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남자의 미소였다. *** 유난히 흰 살덩어리였는데 크기가 범상치 않았다. 커다란 그의 손에 묵직하게 들린 것은 끄트머리만 붉게 달아올라 있어, 마치 딸기 시럽을 뿌린 거대한 우유맛 막대 아이스크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살, 살려 주세요.” 저도 모르게 튀어 나간 말이었다. 그러나 태건은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데, 왜 겁을 먹고 그래요.” 그녀의 외침이 당연히 던전과 몬스터에 관한 것이라 여긴 그는 뉴스에서 보였던 단정하면서 진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야! 몬스터가 아니라, 너한테서 나를 살려 달라는 거잖아요!'
10살 때의 일이었다. 그날은 아주 열이 많이 났고,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상냥하고 다정했던 가족들이 변했다.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느낌을 받기에는 칸나는 아직 어렸다. *** 이 남자가 화를 내면 무서워서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본능이 그를 멀리하라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칸나의 앞에 도달한 데미안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허리를 숙였다. 코끝이 스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금안은 어떤 황금보다도 찬란하게 빛났다. “그거 아나?” 데미안은 잔뜩 겁먹은 칸나를 향해 소리 없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경매장에서 말이지. 페로몬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너를 보고 발정하더구나.” 잠시 그날을 떠올린 데미안의 안광이 싸늘히 가라앉았다. 생각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져서. “네 몸이 인간들도 유혹할 만큼 야해 빠진 탓이겠지. 그러니, 칸나.” “예…….” “내 저택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마.” “…….” 데미안은 대답하지 않는 그녀가 괘씸하게 강하게 턱을 잡아챘다. 그의 손길에 한 번에도 허우적거리는 여자가 제 손목을 감싸 쥐었을 때. 이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먹어 치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치밀었다. “대답.” 그에게 단단히 잡힌 칸나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꺼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주인님.” 칸나는 무섭게 굴지만 주인이 다정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그에게 거짓을 고해야 했지만, 그것이 그를 위함인 것 또한 잘 알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를 위해 떠나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
온갖 악행을 저지른 후 처형당한 레아. 과거로 돌아온 그녀는 이번 생은 오직 ‘그’만을 위해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속죄를 위해서라면 제가 가진 것을 모조리 꺼내 바칠 수 있었다. 돈, 지위, 가이딩 능력. 심지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도……. * * * 한계에 몰린 그녀의 머릿속에 사라진 과거부터 현재의 일까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꾹꾹 누르고 있던 죄책감과 괴로움이 둑이 무너지듯 터져 버렸다. “죄송해요. 정말 잘못했어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면서 그녀는 무작정 빌었다. “무엇을?”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도 칼릭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단단히 다물렸던 입매가 느슨하게 풀렸다. “전, 전부 다요.” 그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까지 포함하여 전부 다. “아니지, 레아.” 칼릭스가 그녀의 말을 부정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마치 그의 모습은 사냥감을 몰이하는 듯 신중했다. “너의 잘못은.” 말을 건네며 그녀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는 잘게 떠는 둥근 어깨에 손이 닿기 무섭게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동안 네 정체를 숨겼다는 거야.” 제 품에 레아가 들어온 후에야 나른한 웃음을 흘린 그는 독점욕과 희열로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이 없던 레아는 사나운 분위기에 눌려 저도 모르게 여우 귀의 변신을 풀고 말았다. “감히 괘씸하게도, 원래부터 내 것이었으면서.” 그가 손끝으로 레아의 여우 귀를 어루만지며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목줄의 펜던트를 짙게 응시했다. 그가 이 여우의 주인이라는 증표의 펜던트를.
※본 작품은 개정판입니다. 개정 이전 작품의 제목은 그 뱀파이어의 야릇한 미식이며, 작가님께서 사용하신 필명은 ‘홍연유’입니다. 작품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그날따라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맞은편 이웃의 집 앞에는 분리 안 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고민 끝에 대문에 조그맣게 나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누, 누구, 세요?” 대문이 벌컥 열리며 등장한 집주인은 매우 작은 여자였다. 끅, 끅, 숨을 삼키는 소리에는 물기가 가득 어려 있었다. 그리고 지독한 술 냄새 사이로 관능적으로 피어오르는 달콤한 피 냄새. 그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움직인다는 듯 느리게 뛰던 심장이 마치 반가운 이를 맞이하는 것처럼 거칠게 요동쳤다. 오로지 그만을 위해 만든 디저트처럼 농밀하고 치명적으로 달아빠진 혈 향(血香)이었다. 운명의 반려와의 첫 만남이었다. * “내가 수작 부리고 있는 거라고, 윤태이 씨에게.” 놀라 멈췄던 태이의 호흡이 맞닿은 시현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뜨거운 살덩이를 찾아내 휘감았다. 신경이 바짝 타올랐다. 혀로 그녀의 입 안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듯이 샅샅이 쓸었다. 송곳니를 꺼내어 살짝 찔러서 맛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놀라지 않게 다가갈 생각이었다. 그녀를 한낱 먹잇감으로 취급할 순 없다. 천천히 그녀의 모든 것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미 그녀는 자신의 것이라고, 그리 정했다.
여중, 여고, 여대. 착실하게 수녀원 코스를 밟고 있던 유나는 재수없게도 갑자기 발생된 게이트에 의해 던전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의 던전 안에서 빛이 나는 고사리를 먹으며 생명을 연장하던 그녀의 앞에 한 에스퍼가 나타나는데……. “좆만한 것들아. 다 뒈져 버렷!” 틀림없이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유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달려갔지만, 어딘가 이상한 에스퍼의 행동에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선량한 시민을 구해 주는 히어로 같은 에스퍼가 흰자가 보이도록 눈을 까뒤집고서 몬스터들을 도륙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씨이발, 짜증나게 왜 물에서 서식하고 지랄이람. 인어공주 납셨네, 어?” “…….” “어라? 사람이 한 마리 있네? 설마 인간형 몬스터인가?” “몬, 몬스터라니! 무슨 그런 심한 욕을…… 하세요?” 그러나 흉흉한 광경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 쓴 채,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남자의 미소였다. *** 유난히 흰 살덩어리였는데 크기가 범상치 않았다. 커다란 그의 손에 묵직하게 들린 것은 끄트머리만 붉게 달아올라 있어, 마치 딸기 시럽을 뿌린 거대한 우유맛 막대 아이스크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살, 살려 주세요.” 저도 모르게 튀어 나간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태건은 흥건하게 새어 나온 쿠퍼액을 성기에 골고루 펴 바르며 수줍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데, 왜 겁을 먹고 그래요.” 그녀의 외침이 당연히 던전과 몬스터에 관한 것이라 여긴 그는 뉴스에서 보였던 단정하면서 진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야! 몬스터가 아니라, 너한테서 나를 살려 달라는 거잖아요!'
살갑지 않다는 이유로, 약혼자에게 불명예스러운 파혼을 당한 루나. 우성 알파로 태어났으나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편 내조와 후계자 생산을 위한 인형처럼 살아왔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영식이 화가 난 것이야!”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못난 아비와 가만히 방관하는 어미. 그리고 그 옆에서 비웃는 오라버니. “아직 한 곳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디아즈 대공가.” “무슨 소리냐! 괴물이나 다름없는 자에게 시집을 가겠다는 것이냐!” 황제가 제 자식들보다 더 싸고돈다는 조카, 디아즈 대공. 소문의 당사자는 영지에서 두문불출하여 추측들만 난무했다. 과거 사고로 다친 얼굴이 괴물 같다거나, 우월한 형질 때문에 미쳐 사람을 죽인다거나. 그럼에도 그녀는 이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다면 두려울 게 없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루나 폰 라미레즈라고 합니다. 방금 도착하였…….” 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달한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하.” 거친 그의 반응에 루나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말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그가 빨랐다. “장미 향이라…….” 그러면서 다짜고짜 그녀를 안아 올렸다. “지금 이게 무슨!” “첫날밤이 꼭 밤이란 법이 있나?” “이 무슨 무례한!” “하! 팔려 온 주제에 예를 갖춰 대해 주길 바라나?” 날카롭게 후비는 그의 말에 그녀는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분하나, 그녀가 앞으로 독립하기 위해선 이 남자의 동의가 절실했다. “그냥 다리만 벌려. 그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소리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가 진심으로 기쁜 듯 보였던 건, 그녀의 착각이었을까? 열린 방문 사이로 어두운 침실이 보였다. 커튼으로 꼭꼭 감춘 방 안은 마치 포식자의 입 속처럼 어둡고 흉포해 보였다.
10살 때의 일이었다. 그날은 아주 열이 많이 났고,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상냥하고 다정했던 가족들이 변했다.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느낌을 받기에는 칸나는 아직 어렸다. *** 이 남자가 화를 내면 무서워서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본능이 그를 멀리하라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칸나의 앞에 도달한 데미안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허리를 숙였다. 코끝이 스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금안은 어떤 황금보다도 찬란하게 빛났다. “그거 아나?” 데미안은 잔뜩 겁먹은 칸나를 향해 소리 없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경매장에서 말이지. 페로몬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너를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더구나.” 잠시 그날을 떠올린 데미안의 안광이 싸늘히 가라앉았다. 생각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져서. “네 몸이 인간들도 유혹할 만큼 야해 빠진 탓이겠지. 그러니, 칸나.” “예…….” “내 저택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마.” “…….” 데미안은 대답하지 않는 그녀가 괘씸하게 강하게 턱을 잡아챘다. 그의 손길에 한 번에도 허우적거리는 여자가 제 손목을 감싸 쥐었을 때. 이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먹어 치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치밀었다. “대답.” 그에게 단단히 잡힌 칸나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꺼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주인님.” 칸나는 무섭게 굴지만 주인이 다정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그에게 거짓을 고해야 했지만, 그것이 그를 위함인 것 또한 잘 알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를 위해 떠나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
10살 때의 일이었다. 그날은 아주 열이 많이 났고,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상냥하고 다정했던 가족들이 변했다.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느낌을 받기에는 칸나는 아직 어렸다. *** 이 남자가 화를 내면 무서워서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렸다. 본능이 그를 멀리하라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칸나의 앞에 도달한 데미안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허리를 숙였다. 코끝이 스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금안은 어떤 황금보다도 찬란하게 빛났다. “그거 아나?” 데미안은 잔뜩 겁먹은 칸나를 향해 소리 없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경매장에서 말이지. 페로몬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너를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더구나.” 잠시 그날을 떠올린 데미안의 안광이 싸늘히 가라앉았다. 생각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져서. “네 몸이 인간들도 유혹할 만큼 야해 빠진 탓이겠지. 그러니, 칸나.” “예…….” “내 저택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마.” “…….” 데미안은 대답하지 않는 그녀가 괘씸하게 강하게 턱을 잡아챘다. 그의 손길에 한 번에도 허우적거리는 여자가 제 손목을 감싸 쥐었을 때. 이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먹어 치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치밀었다. “대답.” 그에게 단단히 잡힌 칸나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꺼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주인님.” 칸나는 무섭게 굴지만 주인이 다정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그에게 거짓을 고해야 했지만, 그것이 그를 위함인 것 또한 잘 알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를 위해 떠나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
사자 수인 바네사는 족장 선발을 앞둔 어느 날, 설탕처럼 뽀얗고 달콤할 것만 같은 정신 잃은 토끼 한 마리를 길에서 줍는다. 눈을 뜬 토끼는 다짜고짜 그녀를 끌어안으며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주인님?” “내가 왜 당신 주인이야?” “주인님이니까.” 상처만 치료해 돌려보내겠다는 바네사의 결심도 결국 발그레 물든 토끼의 미소에 번번이 무너진다. 그렇게 어영부영 평화로울 줄만 알았던 그들에게도 작은 문제가 들이닥친다. “이상해, 주인님. 주인님 냄새를 맡았더니, 이렇게 되어 버렸어.” “발정기가 왔구나. 빨리 풀어야지, 그래야 열기가 가라앉아.” “주인님, 다른 수컷과 이미 발정기를 보낸 거야?” “그냥 발정기의 열기를 내보낼 뿐이야.” 그녀의 순진무구한 토끼에게 발정기가 찾아온 것. 홍조가 가득한 얼굴은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고, 붉어진 눈가는 야릇했고, 타액으로 젖은 입술을 핥는 혀는 새빨갰다. 그보다 더 그녀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토끼의 앙큼한 유혹이었는데. “……그럼 주인님. 이젠 나랑만 해.”
특이한 외모 때문에 조롱받아야 했던 비비안은 양부인 백작의 명령으로 공작가의 시녀가 된다. “비비안 디 사벨리라고 합니다. 공자님을 보필하게 되어서 너무나 영광이에요.” “사벨리, 라…….” “…….” “재밌네.” 그녀처럼 흰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 앞으로 그녀가 주인으로 모셔야 할 모데나 공자였다. * * * “그렇게 바닥만 보면서 어떻게 시중을 들겠다는 건지…….” 커다란 손이 그녀의 턱 아래로 들어와 꽉 잡았다. 그에게 이끌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또 숨이 막힐 것 같은 시선이 쏟아졌다. 깊어진 붉은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은 것만 같았다.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야지.” 그는 그녀의 얼굴을 단단히 잡은 채 놓지 않았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리를 활짝 벌리면서 잡고 있는 작은 얼굴을 살짝 당겼다. “전신을 시중들라고 했잖니.” 그는 정액 범벅이 된 작은 얼굴을 꽉 쥔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뿌연 정액으로 눈썹과 속눈썹의 경계가 희미해져 희기만 한 얼굴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붉은 입술을 연신 문지르던 그가 말을 툭 내뱉었다. “공작에 걸맞은 목욕 시중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니? 앞으론 계속 이렇게 하렴.” 다정히 떨어지는 명령에 비비안은 눈을 뜨지도 못한 채로 느리게 대답했다. “……네, 공자님.” “그래, 예쁘다.” 칭찬하듯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는 그녀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눈처럼 새하얗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