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숨 쉬는 밤
작가도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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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여고, 신재경. 우진은 재경을 알았다. 예쁘고, 공부 잘하고, 싸가지 없는 애. 소문은 무성했고, 대체로 얼굴값 한다는 평이었다. 예뻐서 눈길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딱 그만큼의 관심이었다. 수능이 끝난 어느 날. 우진은 시퍼런 새벽 속에 검은 상복을 입은 재경과 마주쳤다. 6년을 뇌사 상태였던 재경의 엄마가 죽었다. “잘 죽었어. 조금 더 살아있었음 내가 못 버텼을 거야. 왜. 뭐 이런 미친년이 다 있나 싶니? 위로해 준 거 취소하고 싶어?” “수고했어.” 우진의 한 마디에 재경은 엄마 얼굴에 흰 천이 덮일 때조차 악착같이 버텼던 울음을 터트렸다. 처음 보는 남자의 어깨에 눈물 콧물을 쏟아 냈다. 시간은 흘렀다. 제대 날, 우진은 재경과 같은 동네에서 다시 만났다. “너 맞네. 그때 걔. 군인이야?” “군인이었어. 어제까지는.” “이름이 이우진이야? 그땐 고마웠어.” 재경은 그날 군복에 새겨진 우진의 이름을 알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언제까지고 함께할 거라고 믿었던 날들이 있었다. 우리는 절대로 헤어질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든 할게.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 “우진아 나는, 더는 아등바등 살기 싫어. 기회 왔을 때 잡을 거야.” 4년 전, 매몰차게 떠나갔던 재경이 돌아왔다. 약혼도 한 주제에 뻔뻔하게 우진에게 청혼을 해왔다. “결혼하자. 나 좀 살려줘,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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