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은 살고 싶다
작가연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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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을 일삼다 남자 주인공에게 목이 잘리고 마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폭군 황제 유리시엘에게 빙의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일단은 좋은 황제가 되려고 하는데, 이상하다. 원작에서 여자 주인공과 맺어졌어야 할 남자 주인공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 가지 들어준다고 하셨지요.” 잔잔하게 타오르는 촛불 빛을 받아 세르비안의 얼굴이 부드럽게 빛났다. 유리시엘은 취기가 올라 달아오른 뺨을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세르비안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 그래… 분명 그랬지. 애초에 세르비안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나름대로 중요한 이야기인데, 분위기에 취해서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는 생각이 비로소 유리시엘의 멍한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세르비안이 아름다운 얼굴을 살짝 기울인 채 타오르는 것 같은 푸른 눈동자로 유리시엘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침내 세르비안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달싹였다. “제가… 폐하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뭔데?” 약간 뭉개진 발음이 유리시엘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세르비안이 유리시엘의 발치에 가만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뭐지? 유리시엘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으나, 저를 올려다보는 세르비안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그 누구보다 충성스러운 신하의 자세로 유리시엘을 올려다보는 세르비안의 눈동자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파란 불꽃이 일렁거렸다. 문득, 유리시엘은 그의 눈동자에서 타오르는 푸른 불꽃이 저를 삼켜 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색은 언제나 가장 차가운 색이지만, 가장 높은 온도의 불꽃 또한 푸른색이지 않던가. “저는,” 세르비안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폐하를… 안고 싶습니다.” ……농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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