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 사각거리는 날에
작가나자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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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만년필이 고장 나자 유명한 수리사를 찾아 남해의 소도시 해진으로 온 승경. 9년 전에 스친 인연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데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며 그의 평온한 일상을 흔든다. 엇갈렸던 인연에게 찾아 온 두 번째 기회. 고마워요, 나에게 도착해 줘서. *** “손 줘 봐요.” 보얀 손바닥이 그의 앞에 내밀어졌다. 승경은 손바닥 한가운데 모래알을 얹었다.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현소가 그를 쳐다봤다. “실은 국수 가게 앞에서 헤어지고 난 다음에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어요.” “그런데요?” “어떤 생각에 붙들렸어요.” 승경의 가슴에 뭉근한 열기가 번져 갔다. “세상엔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 무수한 사람들 중에 뉴욕에서의 사고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에요. 아프다고, 위로해 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 마음의 상처를 내보일 때 동정이 아니라 이해를 해 줄 사람. 그런 사람이 내겐 세상에 단 한 명이에요. 이현소 씨.” “그래서요?” “그 사실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찮아도 유일한 관계겠죠. 그 모래알처럼.” “내가 하찮아요?” 현소의 콧등이 얄밉게 찡그려졌다. “사람 말을 듣고 요점을 놓치는 재주가 탁월하네요.” 그의 핀잔에 현소가 웃었다. 하르르 바람을 물들이는 웃음이 눈물겨웠다. “내가 현소 씨에게 그 모래알 같은 사람이어도 좋겠어요. 하찮아도 유일한.” 현소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승경은 물기 머금은 시선을 붙들었다. “이 정도면 고백으로 인정되나요?” 일러스트: 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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