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워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
작가라일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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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네 약혼자한테 하는 그 고고한 척, 나한테도 해 봐.” 사내는 핏기 없는 얼굴로 오만하게 뇌까렸다. 숨 막히는 삶에서 잠깐의 일탈로 만났던 그는 암흑가의 보스였다. 그의 인내심이 다 닳아 간다는 게 보여 입을 가까스로 열었다. “…난 그 새끼 후광 속에서 살아. 앞으로도 이렇게 안전히, 쭉. 그런데 굳이 너랑 놀아나서 내 유일한 보호막을 버릴 리가.” “보호?”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오며 읊조렸다. 짙은 화장 아래 멍 자국을 숨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네가 내 앞에서 그 새끼를 보호막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지.” 완고한 손길이 턱을 쥐고, 고저 없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화가, 나잖아.” 일러스트: 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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