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병
작가김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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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은 병 같다.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듯한 기분에 잠기게 하는 병. 사랑 때문에 죽지는 않겠지만, 죽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를 통해 배웠다. *** 무윤은 태생이 모든 것을 자신의 발밑에 둬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뻔한 군림은 뻔한 재미밖에 주지 못한다. 굽히지 않으려는 것을 억지로 꺾어 버릴 때의 짜릿함. 그는 이서를 통해 그 맛을 봐 버린 것이다. 욕망과 경멸의 동시적 대상이 되어 버리는 기쁨을. 자신을 경멸하는 상대에게 구원을 베풀 수 있는 권력의 맛을. 이서의 굴욕적인 표정을 보는 순간, 처음으로 흥분감에 심장이 뛰었다. 아드레날린의 맛을 본 이상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무리였다. “앞으로도 쭉, 나를 미워하고 원해 봐.” 맞닿은 손바닥 사이로 끔찍한 평화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 순간 이서는 화륜의 말을 떠올렸다. 「간귀를 찾는 법은 쉽습니다. 당신을 아주 메스껍고 황홀하게 만들 테니까요.」 무윤의 손은 끔찍할 만큼 메스꺼웠고, 동시에 죽고 싶을 만큼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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