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르(Nec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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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나한테 빌지 그래. 그렇게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기도해도 듣는 척도 안 하는 하나님보단 내가 훨씬 더 자비로울 건데.” 강권주는 태연히 조롱하며 여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윽고 겁먹은 눈과 어울리지 않는 건방진 말이 돌아왔다. “…깡패한텐 안 빌어요.” 픽,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샜다. 거스러미처럼 굴기에 슬쩍 건드려 본 것뿐인데 되레 고개를 쳐드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절박하면서도 빌지 않고 무서워 떨면서도 울지 않는 건 깡패인 저를 어지간히 경멸하기 때문이리라. “그래? 깡패한텐 안 비는구나, 예비 수녀님은.” 입술을 꾹 깨무는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솜털이 보송한 두 뺨은 파르르 떨리고, 말갛다 못해 투명하던 눈자위엔 여지없이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던 하얀 도화지에 눈곱만큼 작은 오물 하나가 튀어 번지기 시작한 것 같아서. 그 꼴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한동안 숨기고 있던 가학성이 고개를 짓쳐 드는 듯했다. 문득 눈앞의 여자가 목숨처럼 움켜쥔 걸 뺏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빼앗아, 기어코 울리고 싶어졌다. 일러스트: ma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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